본문 바로가기
2008.04.16 04:49

영양과 ‘고은’

조회 수 10583 추천 수 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영양과 ‘고은’

경상북도 영양(英陽)의 옛이름은 고은(古隱)이었다. 한자 뜻을 풀이하면, 산수가 화려하여 선비들이 은둔하기에 좋은 땅쯤 된다. 본디 이 지역은 고구려 우시군(于尸郡)을 신라 경덕왕이 유린(有隣)으로 고치고, 다시 고려 태조가 영양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오늘날의 행정구역을 고려한다면 육지의 섬처럼 외져 있으니 ‘고은’이라는 땅이름이 어울리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영양의 옛이름이었던 ‘고은’은 ‘곱다’라는 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옛말에서는 어두운 홀소리와 밝은 홀소리가 함께 쓰이는 경우가 많으므로, ‘곱다’는 현대 국어의 ‘굽다’와 같은 뜻이 된다. 이를 고려할 때 ‘고은’은 ‘곱’에 ‘은’이 붙어 만들어진 이름으로 볼 수 있다. 특이한 경우지만 우리말에서 ‘은’이 명사를 파생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얼다’라는 말에 ‘은’이 붙어 ‘어른’을 만들어내며, ‘임시로 남의 행랑에 붙어 지내는 사람’을 뜻하는 ‘드난’은 ‘들다’와 ‘나다’를 합친 데에 ‘은’이 붙어 된 말이다.

‘고은’이 ‘굽다’에서 비롯된 말이었음은 영양을 감돌아 흐르는 ‘감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한자 땅이름으로 ‘반변천’(半邊川)·곡강(曲江)이라 부르는 이 강을 달리 ‘감내·감들내’라 부르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지역은 금장산·백암산·명동산·일월산 등의 산과 장군천·장파천·반변천 등의 하천이 굽이져 만나는 곳이다. 산세와 물이 좋은 땅이므로 ‘굽다’의 다른 의미인 ‘곱다’의 뜻이 강화되어 아름답고 독특한 지역 문화를 일구어 온 셈이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8670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5120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0083
311 갈대와 억새 바람의종 2010.07.30 9363
310 갈대 바람의종 2008.05.12 6489
309 갈께/갈까 바람의종 2008.09.20 6842
308 갈기갈기, 갈래갈래, 갈갈이, 갈가리 바람의종 2009.10.28 10678
307 갈갈이, 갈가리 바람의종 2008.10.30 7413
306 갈가지 바람의종 2009.07.30 7904
305 간판 문맹 風文 2014.12.30 24346
304 간지르다, 간질이다 바람의종 2009.08.03 8574
303 간지럽히다 바람의종 2009.02.12 9379
302 간지는 음력 바람의종 2010.01.20 13336
301 간지 바람의종 2009.03.03 8256
300 간지 바람의종 2010.08.03 9567
299 간절기 바람의종 2012.05.11 12140
298 간이 부었다 바람의종 2007.12.26 11770
297 간디·무작쇠 바람의종 2008.06.18 6383
296 간(間)의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8.12.27 11538
295 각축 바람의종 2007.05.28 6023
294 각시취 바람의종 2008.04.29 7162
293 각둑이, 깍둑이, 깍두기, 깍뚜기 바람의종 2009.11.09 14355
292 각광 바람의종 2007.05.28 5596
291 각각 / 씩 바람의종 2010.02.28 809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36 137 138 139 140 141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