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8591 추천 수 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거제의 옛이름 ‘상군’(裳郡)

거제도(巨濟島)는 남해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이다. 이 섬 이름이 한 때는 ‘상군’(裳郡)이라 불렸다. 뜻으로 본다면 ‘치마’인 셈인데, 이 섬을 ‘치마’와 연관지어 부를 만한 연유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최남선의 <동경통지>에서는 거제를 상군으로 부른 연유를 두고 한 구절 설명을 덧붙인 바 있다. ‘치마’를 뜻하는 속어로 ‘두룽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두룽이’라는 말을 문헌에서 찾을 수는 없다. 그러나 비가 올 때 입는 ‘도롱이’는 짚이나 띠로 만들어 허리에 매어 입었으므로 ‘치마’를 뜻하는 ‘두룽이’가 속어로 쓰였다는 이야기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두룽이’의 한자 표기는 ‘독로’(瀆盧)인데 우리말의 ‘도랑’에 해당하는 말이다. ‘도랑’이나 ‘두룽이’, 그리고 ‘도롱이’는 모두 ‘두르다’ 또는 ‘돌다’에서 파생된 명사다. 우리말에서 ‘두르다’에서 나온 명사는 흔치 않지만 ‘돌다’에서 파생된 말은 비교적 자주 쓰인다. 예를 들어 ‘도리’는 ‘둘레’를 뜻할 때와 ‘주기’를 뜻할 때 쓰인다. ‘도리 기둥’이나 ‘두리 기둥’은 기둥과 기둥 사이에 돌려 얹히는 나무를 뜻한다.

거제의 땅이름이 치마나 비옷을 뜻하는 ‘두룽이’ 또는 ‘도롱이’였던 까닭은 섬 주위로 물길이 돌아들기 때문이었다. 외형상으로 전혀 무관해 보이는 ‘독로’, ‘상군’, ‘거제’가 모두 섬의 지형과 관련을 맺고 있으며, 이러한 말이 변화해 가는 과정에서도 고유어와 한자어의 대응 관계가 성립된다는 사실은 흥미로운 일이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0546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7028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1949
312 금수저 흙수저 風文 2024.02.08 1442
311 표준말의 기강, 의미와 신뢰 風文 2022.06.30 1439
310 웰다잉 -> 품위사 風文 2023.09.02 1437
309 ‘개덥다’고? 風文 2023.11.24 1437
308 배운 게 도둑질 / 부정문의 논리 風文 2023.10.18 1435
307 한국어의 위상 風文 2022.05.11 1434
306 콩글리시 風文 2022.05.18 1434
305 할 말과 못할 말 風文 2022.01.07 1431
304 성인의 세계 風文 2022.05.10 1431
303 ‘시끄러워!’, 직연 風文 2022.10.25 1429
302 비는 오는 게 맞나, 현타 風文 2022.08.02 1426
301 국가 사전 폐기론, 고유한 일반명사 風文 2022.09.03 1426
300 벌금 50위안 風文 2020.04.28 1425
299 형용모순, 언어의 퇴보 風文 2022.07.14 1425
298 방언의 힘 風文 2021.11.02 1422
297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IMF, 막고 품어라, 내 인감 좀 빌려주게 風文 2022.02.01 1418
296 올가을 첫눈 / 김치 風文 2020.05.20 1417
295 '넓다'와 '밟다' 風文 2023.12.06 1414
294 후텁지근한 風文 2023.11.15 1408
293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 風文 2024.02.17 1407
292 웃어른/ 윗집/ 위층 風文 2024.03.26 1401
291 일타강사, ‘일’의 의미 風文 2022.09.04 140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36 137 138 139 140 141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