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8647 추천 수 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거제의 옛이름 ‘상군’(裳郡)

거제도(巨濟島)는 남해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이다. 이 섬 이름이 한 때는 ‘상군’(裳郡)이라 불렸다. 뜻으로 본다면 ‘치마’인 셈인데, 이 섬을 ‘치마’와 연관지어 부를 만한 연유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최남선의 <동경통지>에서는 거제를 상군으로 부른 연유를 두고 한 구절 설명을 덧붙인 바 있다. ‘치마’를 뜻하는 속어로 ‘두룽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두룽이’라는 말을 문헌에서 찾을 수는 없다. 그러나 비가 올 때 입는 ‘도롱이’는 짚이나 띠로 만들어 허리에 매어 입었으므로 ‘치마’를 뜻하는 ‘두룽이’가 속어로 쓰였다는 이야기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두룽이’의 한자 표기는 ‘독로’(瀆盧)인데 우리말의 ‘도랑’에 해당하는 말이다. ‘도랑’이나 ‘두룽이’, 그리고 ‘도롱이’는 모두 ‘두르다’ 또는 ‘돌다’에서 파생된 명사다. 우리말에서 ‘두르다’에서 나온 명사는 흔치 않지만 ‘돌다’에서 파생된 말은 비교적 자주 쓰인다. 예를 들어 ‘도리’는 ‘둘레’를 뜻할 때와 ‘주기’를 뜻할 때 쓰인다. ‘도리 기둥’이나 ‘두리 기둥’은 기둥과 기둥 사이에 돌려 얹히는 나무를 뜻한다.

거제의 땅이름이 치마나 비옷을 뜻하는 ‘두룽이’ 또는 ‘도롱이’였던 까닭은 섬 주위로 물길이 돌아들기 때문이었다. 외형상으로 전혀 무관해 보이는 ‘독로’, ‘상군’, ‘거제’가 모두 섬의 지형과 관련을 맺고 있으며, 이러한 말이 변화해 가는 과정에서도 고유어와 한자어의 대응 관계가 성립된다는 사실은 흥미로운 일이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4354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1013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5918
1632 파랗다와 푸르다 윤영환 2008.09.03 8542
1631 난장판 바람의종 2007.05.08 8539
1630 연패(連敗) / 연패(連覇) 바람의종 2010.03.12 8539
1629 놉샹이 바람의종 2009.12.01 8534
1628 노력했지마는 / 노력했지만은 바람의종 2012.06.14 8534
1627 천덕꾸러기 바람의종 2007.05.23 8527
1626 씨가 먹히다 바람의종 2008.01.20 8527
1625 연륜 바람의종 2007.08.03 8523
1624 수청 바람의종 2007.07.27 8521
1623 단골집 風磬 2006.11.06 8518
1622 해오라기 바람의종 2009.05.17 8517
1621 설레다 바람의종 2010.08.05 8517
1620 촌수 바람의종 2008.03.16 8513
1619 절거리 바람의종 2009.10.01 8511
1618 노동1호 바람의종 2007.06.11 8511
1617 봉숭아, 복숭아 바람의종 2008.09.18 8511
1616 이판사판 바람의종 2007.12.17 8510
1615 안티커닝 바람의종 2009.06.17 8501
1614 비후까스 바람의종 2008.02.13 8495
1613 단음절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9.02.05 8495
1612 우리와 저희 바람의종 2007.12.12 8494
1611 X세대 바람의종 2008.02.20 849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76 77 78 79 80 81 82 83 84 85 86 87 88 89 90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