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08 14:16
‘고마미지’와 ‘강진’
조회 수 8018 추천 수 9 댓글 0
‘고마미지’와 ‘강진’
‘고마미지’(古馬彌知)는 전남 강진의 옛 이름이다. <난중일기>에 나타나는 ‘구미’가 ‘곶’과 같은 의미를 지녔음을 밝힌 바 있듯이, ‘고마미지’는 ‘구미’의 어원에 해당하는 말임을 알 수 있다. <삼국사기> 지리지에는 ‘고마미지’ 이외에도 ‘송미지’(松彌知), ‘무동미지’(武冬彌知)가 더 나타난다. 최남선이 서문을 쓴 <동경통지>(東京通志)>에, ‘미지’는 바다의 물굽이가 처진 읍(灣邑)을 일컫는다고 하였다. ‘송미지’는 지금의 전북 고창이며, ‘무동미지’는 비안 북부(庇安北部·전북 군산)인데 ‘단밀현’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또한 고려 공양왕 때 지금의 경남 통영을 ‘고성’이라 부른 적이 있다. 이 고성의 옛이름이 ‘고자미동’(古資彌冬)이다. ‘미지’의 옛 발음이 ‘미디’였음을 고려한다면, ‘미디’와 ‘미동’은 중국 한자음을 표기하는 과정에서 달라진 형태의 말임이 틀림없다. ‘미지’는 간혹 ‘미치’로 읽히기도 하였다. <동경통지>에서는 ‘고자미동’의 ‘고자’는 ‘구지’로 바뀔 수 있으며, ‘구지’는 ‘반도’(半島)의 뜻을 갖는다고 풀이하였다.
이를 고려할 때 ‘구지’, ‘구미’, ‘미지’, ‘미치’ 등은 모두 중국 한자음이 전래되는 과정에서 우리의 토박이말 ‘곶’을 다양하게 표기한 것들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전혀 무관해 보이는 말들이 어원적으로 깊은 관련이 있음을 땅이름에서 찾아낼 수 있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44531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190981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206163 |
3280 | 위드 코로나(2), '-다’와 책임성 | 風文 | 2022.10.06 | 863 |
3279 | 위드 코로나, 아이에이이에이 | 風文 | 2022.10.05 | 1747 |
3278 | 큰 소리, 간장하다 | 風文 | 2022.10.04 | 1382 |
3277 | 쳇바퀴 탈출법(1~3) | 風文 | 2022.10.01 | 1754 |
3276 | 무술과 글쓰기, 아버지의 글쓰기 | 風文 | 2022.09.29 | 1180 |
3275 | ‘건강한’ 페미니즘, 몸짓의 언어학 | 風文 | 2022.09.24 | 1143 |
3274 | 울타리 표현, 끝없는 말 | 風文 | 2022.09.23 | 1331 |
3273 | 역겨움에 대하여, 큰일 | 風文 | 2022.09.22 | 1822 |
3272 | 어떤 청탁, ‘공정’의 언어학 | 風文 | 2022.09.21 | 986 |
3271 | 1일1농 합시다, 말과 유학생 | 風文 | 2022.09.20 | 846 |
3270 | 거짓말, 말, 아닌 글자 | 風文 | 2022.09.19 | 867 |
3269 | 불교, 불꽃의 비유, 백신과 책읽기 | 風文 | 2022.09.18 | 823 |
3268 | 아이들의 말, 외로운 사자성어 | 風文 | 2022.09.17 | 799 |
3267 | 그림과 말, 어이, 택배! | 風文 | 2022.09.16 | 1073 |
3266 | 4·3과 제주어, 허버허버 | 風文 | 2022.09.15 | 1314 |
3265 | 질문들, 정재환님께 답함 | 風文 | 2022.09.14 | 1214 |
3264 | ‘맞다’와 ‘맞는다’, 이름 바꾸기 | 風文 | 2022.09.11 | 901 |
3263 | 맞춤법을 없애자 (3), 나만 빼고 | 風文 | 2022.09.10 | 813 |
3262 | 맞춤법을 없애자, 맞춤법을 없애자 2 | 風文 | 2022.09.09 | 1343 |
3261 | 비계획적 방출, 주접 댓글 | 風文 | 2022.09.08 | 1076 |
3260 | 다만, 다만, 다만, 뒷담화 | 風文 | 2022.09.07 | 1089 |
3259 | 시간에 쫓기다, 차별금지법과 말 | 風文 | 2022.09.05 | 98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