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08 14:16
‘고마미지’와 ‘강진’
조회 수 8483 추천 수 9 댓글 0
‘고마미지’와 ‘강진’
‘고마미지’(古馬彌知)는 전남 강진의 옛 이름이다. <난중일기>에 나타나는 ‘구미’가 ‘곶’과 같은 의미를 지녔음을 밝힌 바 있듯이, ‘고마미지’는 ‘구미’의 어원에 해당하는 말임을 알 수 있다. <삼국사기> 지리지에는 ‘고마미지’ 이외에도 ‘송미지’(松彌知), ‘무동미지’(武冬彌知)가 더 나타난다. 최남선이 서문을 쓴 <동경통지>(東京通志)>에, ‘미지’는 바다의 물굽이가 처진 읍(灣邑)을 일컫는다고 하였다. ‘송미지’는 지금의 전북 고창이며, ‘무동미지’는 비안 북부(庇安北部·전북 군산)인데 ‘단밀현’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또한 고려 공양왕 때 지금의 경남 통영을 ‘고성’이라 부른 적이 있다. 이 고성의 옛이름이 ‘고자미동’(古資彌冬)이다. ‘미지’의 옛 발음이 ‘미디’였음을 고려한다면, ‘미디’와 ‘미동’은 중국 한자음을 표기하는 과정에서 달라진 형태의 말임이 틀림없다. ‘미지’는 간혹 ‘미치’로 읽히기도 하였다. <동경통지>에서는 ‘고자미동’의 ‘고자’는 ‘구지’로 바뀔 수 있으며, ‘구지’는 ‘반도’(半島)의 뜻을 갖는다고 풀이하였다.
이를 고려할 때 ‘구지’, ‘구미’, ‘미지’, ‘미치’ 등은 모두 중국 한자음이 전래되는 과정에서 우리의 토박이말 ‘곶’을 다양하게 표기한 것들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전혀 무관해 보이는 말들이 어원적으로 깊은 관련이 있음을 땅이름에서 찾아낼 수 있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64700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211300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226014 |
312 | ‘시끄러워!’, 직연 | 風文 | 2022.10.25 | 1825 |
311 | 만인의 ‘씨’(2) / 하퀴벌레, 하퀴벌레…바퀴벌레만도 못한 혐오를 곱씹으며 | 風文 | 2022.11.18 | 1821 |
310 | ‘웃기고 있네’와 ‘웃기고 자빠졌네’, ‘-도’와 나머지 | 風文 | 2022.12.06 | 1821 |
309 | ‘이고세’와 ‘푸르지오’ | 風文 | 2023.12.30 | 1819 |
308 | 질척거리다, 마약 김밥 | 風文 | 2022.12.01 | 1815 |
307 | -분, 카울 | 風文 | 2020.05.14 | 1813 |
306 | 울타리 표현, 끝없는 말 | 風文 | 2022.09.23 | 1813 |
305 | 美國 - 米國 / 3M | 風文 | 2020.06.08 | 1809 |
304 | 너무 | 風文 | 2023.04.24 | 1807 |
303 | 성인의 세계 | 風文 | 2022.05.10 | 1804 |
302 | 식욕은 당기고, 얼굴은 땅기는 | 風文 | 2024.01.04 | 1802 |
301 | 북한의 ‘한글날’ | 風文 | 2024.01.06 | 1802 |
300 | 되갚음 / 윤석열 | 風文 | 2020.05.19 | 1801 |
299 | 지명의 의의 | 風文 | 2021.11.15 | 1800 |
298 | 전통과 우리말 / 영애와 각하 | 風文 | 2020.06.17 | 1799 |
297 | 성적이 수치스럽다고? | 風文 | 2023.11.10 | 1792 |
296 | 대화의 어려움, 칭찬하기 | 風文 | 2022.06.02 | 1791 |
295 | 언어적 자해 | 風文 | 2022.02.06 | 1790 |
294 | 지도자의 화법 | 風文 | 2022.01.15 | 1789 |
293 | 지긋이/지그시 | 風文 | 2023.09.02 | 1788 |
292 | 단골 | 風文 | 2023.05.22 | 1787 |
291 | 1도 없다, 황교안의 거짓말? | 風文 | 2022.07.17 | 178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