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오라기난초
풀꽃이나 이를 박은 사진을 보면, 탄성이 절로 날 때가 있다. 사람이 만든 어떤 예술품도 신의 수준을 절대 따라가지 못하나니, 어쩜 이렇게 생길 수가! 할 정도로 빛깔·모양이 멋지고 신기한 것 중에 ‘해오라기난초’가 있다. 활짝 핀 모습이 날개를 펴고 나는 해오라기를 닮았다. ‘해오라비난초’라고도 하는데, ‘해오라비’는 ‘해오라기’의 경상도 고장말이다. ‘해오라기’의 ‘해’는 ‘희다’와 통한다. 이는 ‘풀’에서 ‘푸르다’가 나온 것과 마찬가지로, ‘해’에서 ‘희다’가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오라기’는 해오라기가 ‘해오리’로도 불린 것을 보면, ‘오리’와 연관된 말일 수 있겠다. ‘해오라기’를 백로(白鷺)로 일컫기도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백로·해오라기·왜가리는 다르다. 백로는 이 셋을 통틀어 이르며, 흔히 까마귀와 맞견주는 백로가 실은 중백로인데, 이 꽃은 해오라기보다는 중백로를 닮았다. 날아가는 해오라기보다 꽃이름이 더 멋진데, 실제로 그 모습까지 금방이라도 꽃대에서 날아오를 듯한 까닭이다. “해오라비조는 곁에서/ 물뱀의 새끼를 업고 나는 꿈을 꾸었다”는 백석의 시 ‘늙은 갈대의 독백’처럼 동물과 식물이 소통하는 자연의 어울림을 여기서 본다.
[해오라기난초]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58130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204790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219621 |
3172 | 보편적 호칭, 번역 정본 | 風文 | 2022.05.26 | 1567 |
3171 | ‘나이’라는 숫자, 친정 언어 | 風文 | 2022.07.07 | 1570 |
3170 | 대화의 어려움, 칭찬하기 | 風文 | 2022.06.02 | 1571 |
3169 | 혁신의 의미, 말과 폭력 | 風文 | 2022.06.20 | 1571 |
3168 | 1.25배속 듣기에 사라진 것들 | 風文 | 2023.04.18 | 1571 |
3167 | “자식들, 꽃들아, 미안하다, 보고 싶다, 사랑한다, 부디 잘 가라” | 風文 | 2022.12.02 | 1575 |
3166 | 드라이브 스루 | 風文 | 2023.12.05 | 1577 |
3165 | 1도 없다, 황교안의 거짓말? | 風文 | 2022.07.17 | 1578 |
3164 | ‘~스런’ | 風文 | 2023.12.29 | 1579 |
3163 | 질문들, 정재환님께 답함 | 風文 | 2022.09.14 | 1585 |
3162 | ‘파바’와 ‘롯리’ | 風文 | 2023.06.16 | 1585 |
3161 | 사투리 쓰는 왕자 / 얽히고설키다 | 風文 | 2023.06.27 | 1585 |
3160 | 성적이 수치스럽다고? | 風文 | 2023.11.10 | 1585 |
3159 | 말다듬기 위원회 / 불통 | 風文 | 2020.05.22 | 1586 |
3158 | 오염된 소통 | 風文 | 2022.01.12 | 1592 |
3157 | 지식생산, 동의함 | 風文 | 2022.07.10 | 1592 |
3156 | 정치의 유목화 | 風文 | 2022.01.29 | 1593 |
3155 |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IMF, 막고 품어라, 내 인감 좀 빌려주게 | 風文 | 2022.02.01 | 1594 |
3154 | 만인의 ‘씨’(2) / 하퀴벌레, 하퀴벌레…바퀴벌레만도 못한 혐오를 곱씹으며 | 風文 | 2022.11.18 | 1594 |
3153 | ‘부끄부끄’ ‘쓰담쓰담’ | 風文 | 2023.06.02 | 1597 |
3152 | 방언의 힘 | 風文 | 2021.11.02 | 1598 |
3151 | 북한의 ‘한글날’ | 風文 | 2024.01.06 | 16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