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4.03 09:11

선과 청혼

조회 수 6727 추천 수 1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선과 청혼

청혼·혼인은 선택·모험이자 새삶을 여는 일이다. 책임이 따르면서 집안과 사회가 이를 우둔다. 조혼에다 번잡한 ‘육례’(六禮)를 찾던 시절엔 집안끼리 중신아비를 넣고서도 문서로 ‘허혼’한 일을 서로 감사하며 ‘사성’(四星)과 인사장이 오갔다. 허례허식 또는 겉치레가 아름다울 수 있는 법은, 옷과 같아서 통째로 벗어 던지면 남는 게 알몸과 다를바 없는 까닭이다.

전날 ‘선’은 사랑마당이나 울밖 먼발치에서 겉모습만 훔쳐 보는 정도였다. 임자와 어버이들이 얼굴을 맞대어 무게를 달고 허세를 부리기도 하는 게 요즘 맞선에 면접이다. 선이란 늘 보고 보이는 일이어서 설렘과 부끄러움이 함께하는데, ‘첫선’이란 말은 많은 것을 상품화한다.

그 이름이 갖가지인 만큼 중신어미(중매쟁이·중신아비·매파·여쾌·매온·뚜쟁이 …) 일은 예와 지금이 따로 없다. 디노블·앙세·듀오·커플라인 …들 낯간지러운 이름으로 선남선녀를 끌어대 성업을 이룬다니. 휴대전화·인터넷 소통이 별난데도 인연은 제대로 닿지 않는다는 얘기다.

남자가 청혼하는 말인즉 ‘같이 살자’인데, 썩 사사로운 일이어서 굳이 실체까지 들출 것은 없겠다. 하지만 사성(별넷)을 보내어 청혼하던 내림을 따른다면 그럴싸한 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우리 별님이 되어주오. 시키기만 하면 해도 달도 따다 드리리다!” 약간의 허풍은 양념이다.

인지가 높어져선지 사주(해·달·날·때)는 타고난다고 여기는 사람도 드물어졌고, 그 흔하던 ‘팔자 타령’도 듣기 어려워졌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행복’과 가까워 보이지는 않는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58745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220222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23Jul
    by 바람의종
    2007/07/23 by 바람의종
    Views 8718 

    선달

  5. 선낱 도고!

  6. No Image 10Oct
    by 바람의종
    2008/10/10 by 바람의종
    Views 7421 

    선글라스

  7. No Image 05Sep
    by 風文
    2021/09/05 by 風文
    Views 991 

    선교와 압박

  8. No Image 03Apr
    by 바람의종
    2008/04/03 by 바람의종
    Views 6727 

    선과 청혼

  9. No Image 08Sep
    by 바람의종
    2010/09/08 by 바람의종
    Views 11773 

    서툴러와 서툴어

  10. No Image 12Jan
    by 바람의종
    2008/01/12 by 바람의종
    Views 6582 

    서울

  11. No Image 19Jan
    by 風磬
    2007/01/19 by 風磬
    Views 7514 

    서울

  12. No Image 30Nov
    by 바람의종
    2012/11/30 by 바람의종
    Views 21083 

    서식지, 군락지, 군집, 자생지

  13. No Image 12Dec
    by 바람의종
    2008/12/12 by 바람의종
    Views 11283 

    서슴치 않고 / 통털어

  14. No Image 12May
    by 바람의종
    2007/05/12 by 바람의종
    Views 8630 

    서방님

  15. No Image 01Apr
    by 바람의종
    2008/04/01 by 바람의종
    Views 8103 

    서방과 사위

  16. No Image 30Mar
    by 바람의종
    2009/03/30 by 바람의종
    Views 5762 

    서로

  17. No Image 29Dec
    by 風磬
    2006/12/29 by 風磬
    Views 8023 

    서낭당

  18. No Image 15Feb
    by 바람의종
    2008/02/15 by 바람의종
    Views 7330 

    서낭

  19. 서나서나 허소!

  20. No Image 08May
    by 風文
    2024/05/08 by 風文
    Views 954 

    서거, 별세, 타계

  21. No Image 13Apr
    by 바람의종
    2009/04/13 by 바람의종
    Views 7055 

    샹재

  22. No Image 12Jul
    by 바람의종
    2008/07/12 by 바람의종
    Views 7979 

    생잡이·생둥이

  23. No Image 16Nov
    by 바람의종
    2010/11/16 by 바람의종
    Views 11326 

    생선, 생파

  24. No Image 15May
    by 바람의종
    2012/05/15 by 바람의종
    Views 8314 

    생살, 살생

  25. No Image 03Nov
    by 바람의종
    2008/11/03 by 바람의종
    Views 6646 

    생사여탈권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4 65 66 67 68 69 70 71 72 73 74 75 76 77 78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