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4.03 09:09

무너미·목넘이

조회 수 6933 추천 수 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무너미·목넘이

황순원의 소설 <목넘이 마을의 개>는 한 마을에 흘러들어 온 신둥이(흰둥이)의 강인한 삶을 통하여 온갖 고난을 이겨내는 우리 겨레를 상징한 소설로 알려졌다. 소설 속의 ‘목 넘이 마을’은 사방 산으로 둘러싸여 어느 곳이든 ‘목’을 넘어야 갈 수 있는 마을이어서 붙은 이름이다. 이야기 배경이 평안도 어느 마을로 설정돼 있으나 구체적으로 어느 곳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황순원이 평안도 대동 출생이니 그곳 어디쯤에 있는 땅이름일 가능성이 높다.

‘목 넘이 마을’처럼 ‘넘다’라는 말이 들어간 땅이름도 비교적 흔히 찾을 수 있다. 중세어에서 ‘넘다’는 ‘남다’와 함께 쓰였다. 두 말이 모두 ‘넘는다, 지나치다. 남다’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말이었다. 예를 들어 “백년이 하마 반이 남으니”라는 말은 “백년이 벌써 반이나 지나가니”라는 뜻이며, <석보상절>에서는 한자어 ‘과’(過)를 ‘넘다’로 풀이한 바 있다. 이는 중세어에서 ‘넘다’와 ‘남다’가 넘나들며 쓰였음을 뜻한다. 이 말이 차츰 분화하여 ‘남다’와 ‘넘다’가 전혀 다른 뜻의 말이 되었다.

그런데 땅이름에서는 ‘남다’의 의미를 갖는 것은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넘다’의 경우는 ‘너미’라는 형태로 자주 쓰인다. 예를 들어 ‘무너미’는 ‘둑이나 저수지에서 물이 넘어가는 곳’ 또는 ‘물 건너 마을’을 뜻한다. ‘목 넘이’의 ‘넘이’도 마찬가지다. ‘넘다’에 이름씨를 만드는 뒷가지 ‘이’가 붙어 땅이름으로 자연스럽게 쓰인 셈이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2457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9119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3876
1390 시덥지 않은 소리 바람의종 2010.10.30 9654
1389 시도하다 바람의종 2012.07.23 8608
1388 시들음병/시듦병 바람의종 2011.11.20 11159
1387 시라소니 file 바람의종 2010.01.09 8190
1386 시라손이 바람의종 2009.07.17 7397
1385 시말서 바람의종 2007.10.20 7332
1384 시말서, 회람 바람의종 2011.11.25 10668
1383 시보리 바람의종 2012.09.14 12010
1382 시세 조종 바람의종 2008.04.15 5519
1381 시옷불규칙활용 바람의종 2010.05.09 9480
1380 시울 바람의종 2010.02.15 6912
1379 시체,사체,송장,주검,시신 바람의종 2010.02.07 11330
1378 시쳇말로 … 바람의종 2008.06.25 9982
1377 시치미를 떼다 1 바람의종 2010.11.16 15519
1376 시치미를 떼다 바람의종 2008.01.18 10705
1375 시해 / 살해 바람의종 2012.03.27 10155
1374 시험, 실험 바람의종 2010.08.14 10848
1373 식욕은 당기고, 얼굴은 땅기는 風文 2024.01.04 1683
1372 식혜와 식해 바람의종 2010.05.06 9869
1371 신문과 심문 바람의종 2010.08.14 11582
1370 신물이 나다 바람의종 2008.01.18 17534
1369 신발 좀 간조롱이 놔! 바람의종 2010.01.26 936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87 88 89 90 91 92 93 94 95 96 97 98 99 100 101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