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4.01 12:39

가야와 가라홀

조회 수 7175 추천 수 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가야와 가라홀

땅이름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바탕말들이 스며들어 있다. 그러나 꼴과 뜻이 바뀌어 고유명사로 쓰일 때는 그 말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낯설 때도 많다. 옛나라 이름 가운데도 이런 것들이 많다. <삼국유사>의 ‘가야’ 쪽 기록도 마찬가지다.

‘수로왕’이나 ‘5가야’의 명칭은 모두 고유명사다. 이들 가야는 모두 ‘가라’ 또는 ‘가락’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점에서 양주동이나 최남선은 ‘가야’의 어원을 ‘가람’과 관련지어 풀이한 바 있다. ‘가람’은 ‘강’을 뜻하는 옛말이다. 낙동강 하류의 여러 갈래마다 나라가 세워지고, 그 나라 이름이 ‘가라’ 또는 ‘가야’가 되었다는 뜻이다. 이에 반론을 제기하는 견해도 있다. ‘가람’이 낙동강에만 해당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이병선의 <한국고대지명연구>에서는 <고려사>의 “간성현(杆城縣·강원도 간성)은 본디 고구려 수성현(守城縣)이었는데, 달리 말하기를 가라홀(加羅忽)이었다”는 기록을 바탕으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 부분이 보인다. 이를 따르면 ‘가라’는 중세어 ‘거록ㅎ.다’의 어원인 ‘거르다’ 또는 ‘기르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는데, 이 말은 오늘날 ‘길다’, ‘크다’의 뜻이다.

‘가라’를 ‘길다’와 연관지어 해석하고자 하는 논리를 모두 받아들이기는 어려우나, 적어도 ‘가라’가 낙동강 유역의 나라 이름만으로 쓰이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이를 고려한다면 ‘가야’에 들어 있는 ‘가르다’ 또는 ‘길다’와 같은 말들은 땅이름을 형성하는 기초 어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5737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2311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7198
3172 파투 바람의종 2007.09.04 9900
3171 파천황 바람의종 2007.09.04 9844
3170 파이팅, 오바이트, 플레이, 커닝 바람의종 2008.09.23 8800
3169 파이팅 바람의종 2009.06.01 8878
3168 파열음 바람의종 2010.01.15 10213
3167 파스 바람의종 2009.05.01 12979
3166 파리지옥풀 바람의종 2008.03.15 9141
3165 파랗다와 푸르다 윤영환 2008.09.03 8552
3164 파랗네, 파레지다 바람의종 2009.04.03 10153
3163 파랑새 바람의종 2009.06.16 7444
3162 파국 바람의종 2007.09.01 9053
3161 파고다 바람의종 2010.02.09 11750
3160 파경 바람의종 2007.09.01 11129
3159 트레킹, 트래킹 바람의종 2009.03.27 8765
3158 트랜스 바람의종 2010.01.11 11135
3157 튀르기예 / 뽁뽁이 風文 2020.05.21 1838
3156 튀기말, 피진과 크레올 바람의종 2008.03.04 12632
3155 퉁맞다 바람의종 2007.03.30 8245
3154 퉁구스 말겨레 바람의종 2008.02.16 10786
3153 투성이 바람의종 2010.08.27 9404
3152 퇴화되는 표현들 / 존댓말과 갑질 風文 2020.07.07 2231
3151 퇴짜 바람의종 2007.08.31 1035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