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와 곶
<표준국어대사전>에, ‘곶’은 ‘바다로 뻗어나온 모양을 한 곳’이라고 풀이돼 있다. 그렇다면 ‘곶’은 해안에만 있는 땅이름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갈곶·갈고지·돌곶·돌고지’ 등은 바닷가가 아닌 곳에서도 흔히 보이는데, 두루 ‘곶’이 들어 있다.
우리말에서 ‘곶’은 ‘구무[굼]’와 마찬가지로 ‘움푹 파인 곳’을 뜻하는 말로 쓰였다. 이는 바닷가뿐만 아니라 내륙에서 움푹 파여 배를 대기 편한 곳에 ‘곶’을 붙인 데서도 알 수 있다. ‘곶’은 ‘고시’(古尸), ‘고자’(古自), ‘고차’(古次), ‘홀차’(忽次) 등으로 쓰였다. 백제 때 전남 장성군은 ‘고시리’(古尸伊)였으며, 신라 때 경남 고성군은 ‘고자미동국’(古資彌東國), 경기 안산은 ‘고사야홀차’(古斯也忽次)였다. ‘홀차’가 ‘구’(口)로 바뀌기도 하는데, ‘고사야홀차’는 ‘장항구’(獐項口)로, ‘요은홀차’(要隱忽次)는 ‘양구’(楊口)로 바뀌었다.
‘곶’은 다른 꼴로 나타나기도 한다. ‘고지’와 ‘구지’는 ‘곶’에 ‘이’가 붙어 된 말이며, 첫소리를 된소리로 내면 ‘꾸지’가 된다. 여수 지역의 ‘송고지·숫구지·일중구지·문꾸지’ 등은 ‘곶’의 이형태가 붙은 땅이름이다. 여기선 ‘곶’ 대신 ‘구미’가 붙은 곳도 제법 발견된다. ‘망구미·온구미’의 ‘구미’도 ‘곶’의 이형태들이다. <난중일기>에 보이는 ‘군영구미·이진구미’ 등도 마찬가지다. 이 말은 ‘굽다’의 이름꼴인 ‘구비’가 ‘구지’에 이어져 생긴 꼴이다. 이 또한 ‘곶’이 ‘구무’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높여준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57212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203721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218595 |
2908 | 구경꾼의 말 | 風文 | 2022.12.19 | 1439 |
2907 | 구구히, 구구이 | 바람의종 | 2012.01.07 | 8779 |
2906 | 구년묵이(구닥다리) | 風磬 | 2006.10.10 | 15216 |
2905 | 구랍 | 바람의종 | 2008.11.13 | 6768 |
2904 | 구랍 | 바람의종 | 2010.11.05 | 11168 |
2903 | 구렛나루, 구레나루, 구렌나루 / 횡경막 / 관자노리 | 바람의종 | 2008.11.03 | 8486 |
2902 | 구리무와 포마드 | 바람의종 | 2010.03.24 | 11845 |
2901 | 구메구메 | 바람의종 | 2010.11.26 | 10763 |
2900 | 구명과 규명 | 바람의종 | 2010.10.13 | 11040 |
» | 구미와 곶 | 바람의종 | 2008.03.25 | 7355 |
2898 | 구별과 구분 | 바람의종 | 2010.11.02 | 9516 |
2897 | 구비구비, 메꾸다 | 바람의종 | 2008.11.24 | 9556 |
2896 | 구설수 | 바람의종 | 2008.10.11 | 7089 |
2895 | 구소련 | 바람의종 | 2010.07.20 | 11824 |
2894 | 구슬러, 구슬려 / 거슬러, 거슬려 | 바람의종 | 2009.11.15 | 11077 |
2893 | 구저모디 | 바람의종 | 2009.12.14 | 8323 |
2892 | 구축함 | 바람의종 | 2007.06.04 | 9119 |
2891 | 국가 사전 폐기론, 고유한 일반명사 | 風文 | 2022.09.03 | 1592 |
2890 | 국가 사전을 다시?(2,3) | 주인장 | 2022.10.21 | 1383 |
2889 | 국가의 목소리 | 風文 | 2023.02.06 | 1622 |
2888 | 국면 | 바람의종 | 2007.06.04 | 9297 |
2887 | 국물, 멀국 / 건더기, 건데기 | 바람의종 | 2009.02.20 | 1296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