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3.16 01:59

매발톱꽃

조회 수 7922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매발톱꽃


풀꽃이름은 보통 예쁘고 순한데, ‘매발톱’ 같은 겁나는 이름도 있다. ‘매발톱’의 존재는 1990년대 초 한-중 수교 이후 백두산 생태를 관찰한 식물 애호가들 덕분에 널리 알려졌다. ‘매발톱꽃’이라는 이름은 꽃잎 뒤쪽에 있는 ‘꽃뿔’이라고 하는 꿀주머니가 매발톱처럼 생긴 것에 말미암은 것이다. 하늘과 맞닿은 높은 곳에 피어 ‘하늘매발톱’, 산골짝에 피어 ‘산매발톱/ 골짝발톱’, 한자말로 ‘누두채’(漏斗菜)라고도 한다. 풀꽃이 아닌 ‘매발톱나무’는 다른 종류인데, 줄기에 날카롭고 긴 가시가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오늘날 매를 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마는 동물과 식물이 하나로 이어졌던 옛사람들의 통합적 자연을 그 이름에서 본다. 매발톱이 오므리며 꽃으로 내려앉고, 꽃은 발톱을 세우며 힘차게 날아오르는 모습 ….

매발톱의 뾰족한 꽃뿔을 보면서 ‘무얼 잡으려고 허공을 움켜쥔 채 / 내려놓을 줄 모르느냐 / 그렇게 손톱 발톱을 치켜세운다고 / 잡혀지는 허공이더냐’는 글(김승기 시 ‘매발톱’) 구절을 되새겨 본다. 한때는 허공마저 움켜잡자는 치열한 삶이었으나 결국은 손발톱 매섭게 세운 일의 무의미를 깨닫게 되는 삶이 매발톱처럼 두렵다.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7488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4134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8996
268 ‘~스런’ 風文 2023.12.29 1555
267 방방곡곡 / 명량 風文 2020.06.04 1553
266 마라톤 / 자막교정기 風文 2020.05.28 1552
265 드라이브 스루 風文 2023.12.05 1551
264 1도 없다, 황교안의 거짓말? 風文 2022.07.17 1550
263 가족 호칭 혁신, 일본식 외래어 風文 2022.06.26 1546
262 삼디가 어때서 風文 2022.02.01 1545
261 공적인 말하기 風文 2021.12.01 1541
260 1.25배속 듣기에 사라진 것들 風文 2023.04.18 1541
259 혁신의 의미, 말과 폭력 風文 2022.06.20 1538
258 사라져 가는 한글 간판 風文 2024.01.06 1538
257 쌤, 일부러 틀린 말 風文 2022.07.01 1537
256 무술과 글쓰기, 아버지의 글쓰기 風文 2022.09.29 1537
255 인쇄된 기억, 하루아침에 風文 2022.08.12 1535
254 ‘이’와 ‘히’ 風文 2023.05.26 1534
253 호언장담 風文 2022.05.09 1532
252 외부인과 내부인 風文 2021.10.31 1531
251 “힘 빼”, 작은, 하찮은 風文 2022.10.26 1529
250 식욕은 당기고, 얼굴은 땅기는 風文 2024.01.04 1527
249 세로드립 風文 2021.10.15 1522
248 되묻기도 답변? 風文 2022.02.11 1522
247 주권자의 외침 風文 2022.01.13 152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38 139 140 141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