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발톱꽃
풀꽃이름은 보통 예쁘고 순한데, ‘매발톱’ 같은 겁나는 이름도 있다. ‘매발톱’의 존재는 1990년대 초 한-중 수교 이후 백두산 생태를 관찰한 식물 애호가들 덕분에 널리 알려졌다. ‘매발톱꽃’이라는 이름은 꽃잎 뒤쪽에 있는 ‘꽃뿔’이라고 하는 꿀주머니가 매발톱처럼 생긴 것에 말미암은 것이다. 하늘과 맞닿은 높은 곳에 피어 ‘하늘매발톱’, 산골짝에 피어 ‘산매발톱/ 골짝발톱’, 한자말로 ‘누두채’(漏斗菜)라고도 한다. 풀꽃이 아닌 ‘매발톱나무’는 다른 종류인데, 줄기에 날카롭고 긴 가시가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오늘날 매를 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마는 동물과 식물이 하나로 이어졌던 옛사람들의 통합적 자연을 그 이름에서 본다. 매발톱이 오므리며 꽃으로 내려앉고, 꽃은 발톱을 세우며 힘차게 날아오르는 모습 ….
매발톱의 뾰족한 꽃뿔을 보면서 ‘무얼 잡으려고 허공을 움켜쥔 채 / 내려놓을 줄 모르느냐 / 그렇게 손톱 발톱을 치켜세운다고 / 잡혀지는 허공이더냐’는 글(김승기 시 ‘매발톱’) 구절을 되새겨 본다. 한때는 허공마저 움켜잡자는 치열한 삶이었으나 결국은 손발톱 매섭게 세운 일의 무의미를 깨닫게 되는 삶이 매발톱처럼 두렵다.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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