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3.16 01:59

매발톱꽃

조회 수 8023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매발톱꽃


풀꽃이름은 보통 예쁘고 순한데, ‘매발톱’ 같은 겁나는 이름도 있다. ‘매발톱’의 존재는 1990년대 초 한-중 수교 이후 백두산 생태를 관찰한 식물 애호가들 덕분에 널리 알려졌다. ‘매발톱꽃’이라는 이름은 꽃잎 뒤쪽에 있는 ‘꽃뿔’이라고 하는 꿀주머니가 매발톱처럼 생긴 것에 말미암은 것이다. 하늘과 맞닿은 높은 곳에 피어 ‘하늘매발톱’, 산골짝에 피어 ‘산매발톱/ 골짝발톱’, 한자말로 ‘누두채’(漏斗菜)라고도 한다. 풀꽃이 아닌 ‘매발톱나무’는 다른 종류인데, 줄기에 날카롭고 긴 가시가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오늘날 매를 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마는 동물과 식물이 하나로 이어졌던 옛사람들의 통합적 자연을 그 이름에서 본다. 매발톱이 오므리며 꽃으로 내려앉고, 꽃은 발톱을 세우며 힘차게 날아오르는 모습 ….

매발톱의 뾰족한 꽃뿔을 보면서 ‘무얼 잡으려고 허공을 움켜쥔 채 / 내려놓을 줄 모르느냐 / 그렇게 손톱 발톱을 치켜세운다고 / 잡혀지는 허공이더냐’는 글(김승기 시 ‘매발톱’) 구절을 되새겨 본다. 한때는 허공마저 움켜잡자는 치열한 삶이었으나 결국은 손발톱 매섭게 세운 일의 무의미를 깨닫게 되는 삶이 매발톱처럼 두렵다.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2148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8755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3542
3194 우방과 동맹, 손주 風文 2022.07.05 1623
3193 피동형을 즐기라 風文 2023.11.11 1625
3192 되묻기도 답변? 風文 2022.02.11 1627
3191 쌤, 일부러 틀린 말 風文 2022.07.01 1631
3190 주권자의 외침 風文 2022.01.13 1632
3189 남과 북의 협력 風文 2022.04.28 1637
3188 뒤치다꺼리 風文 2023.12.29 1639
3187 기림비 2 / 오른쪽 風文 2020.06.02 1641
3186 한 두름, 한 손 風文 2024.01.02 1641
3185 통속어 활용법 風文 2022.01.28 1642
3184 '바치다'와 '받치다' file 風文 2023.01.04 1643
3183 방언의 힘 風文 2021.11.02 1644
3182 보편적 호칭, 번역 정본 風文 2022.05.26 1645
3181 ‘맞다’와 ‘맞는다’, 이름 바꾸기 風文 2022.09.11 1645
3180 무술과 글쓰기, 아버지의 글쓰기 風文 2022.09.29 1648
3179 위탁모, 땅거미 風文 2020.05.07 1650
3178 “힘 빼”, 작은, 하찮은 風文 2022.10.26 1655
3177 공적인 말하기 風文 2021.12.01 1656
3176 한글의 역설, 말을 고치려면 風文 2022.08.19 1657
3175 드라이브 스루 風文 2023.12.05 1657
3174 질문들, 정재환님께 답함 風文 2022.09.14 1658
3173 “자식들, 꽃들아, 미안하다, 보고 싶다, 사랑한다, 부디 잘 가라” 風文 2022.12.02 166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