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3.07 11:48

도내와 섬안

조회 수 6370 추천 수 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도내와 섬안

해안 지방이 아닌 곳에 ‘섬’과 관련된 땅이름이 붙어 있음은 특이한 일이다. 경북 문경 가은읍의 ‘도내’(島內)나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의 ‘도리’(島里) 들이 그렇다. 이런 땅이름은 ‘섬’과는 무관하다. 그런데도 ‘섬’을 뜻하는 한자 ‘도’(島)가 쓰인 까닭은 뭔가?

내륙 쪽에 나타나는 ‘섬’과 관련된 땅이름은 대체로 굽이진 강물과 관련이 있다. 달리 말해 ‘도내’나 ‘도리’는 굽이진 강의 안쪽에 있는 마을을 뜻한다. 여기서 ‘도’는 ‘돌다’라는 뜻을 지닌다. 곧 물이 돌아 흐른다는 뜻의 ‘도는 마을’이라는 말이다. ‘도는 마을’은 ‘돌말’이라는 합성어를 이루기도 하며, ‘돌내’나 ‘도내’로 굳어지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도’에 해당하는 한자인 ‘도’(島)가 나타나게 되며, 이를 다시 우리말로 옮기면서 ‘섬안’이라는 땅이름까지 나온다.

이처럼 ‘도내’가 ‘섬안’으로 변하게 되면, 왜 이런 땅이름이 생겨났는지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돌이 거의 없는 곳인데도 ‘돌머루’라는 땅이름이 생기거나 ‘석천’(石川)이라는 이름이 붙기도 한다. 심지어는 복숭아 산지도 아닌데 ‘도내’(桃內)라는 한자가 쓰이기도 하는데, 이 또한 ‘섬안’이나 ‘석천’이 생성되는 원리와 같다. 영월군 주천면의 ‘도천’(桃川)은 후삼국 때 ‘도내부곡’(刀乃部曲)이었다. ‘도내’가 ‘도천’으로 바뀌고서, 조선 선비 성임이 신선의 복숭아를 따서 임금께 바치고 장수를 빌며 신선 만나기를 축원했다는 얘기가 덧붙은 것은 자연스런 일인 셈인가?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9991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6540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1525
246 두꺼운 다리, 얇은 허리 風文 2023.05.24 1319
245 본정통(本町通) 風文 2023.11.14 1319
244 부동층이 부럽다, 선입견 風文 2022.10.15 1313
243 수능 국어영역 風文 2023.06.19 1312
242 언어적 적폐 風文 2022.02.08 1311
241 뉴 노멀, 막말을 위한 변명 風文 2022.08.14 1311
240 직거래하는 냄새, 은유 가라앉히기 風文 2022.08.06 1309
239 말의 적 / 화무십일홍 風文 2023.10.09 1309
238 한소끔과 한 움큼 風文 2023.12.28 1308
237 이름 짓기, ‘쌔우다’ 風文 2022.10.24 1300
236 가족 호칭 혁신, 일본식 외래어 風文 2022.06.26 1299
235 ○○노조 風文 2022.12.26 1299
234 선정-지정 / 얼룩빼기 황소 風文 2020.05.15 1298
233 쌤, 일부러 틀린 말 風文 2022.07.01 1298
232 정치와 은유(2, 3) 風文 2022.10.13 1296
231 “힘 빼”, 작은, 하찮은 風文 2022.10.26 1296
230 '바치다'와 '받치다' file 風文 2023.01.04 1296
229 ‘이’와 ‘히’ 風文 2023.05.26 1295
228 주현씨가 말했다 風文 2023.11.21 1295
227 새말과 소통, 국어공부 성찰 風文 2022.02.13 1294
226 돼지의 울음소리, 말 같지 않은 소리 風文 2022.07.20 1293
225 북한의 ‘한글날’ 風文 2024.01.06 129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39 140 141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