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3.06 11:05

메다와 지다

조회 수 7151 추천 수 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메다와 지다

우리가 어릴 적에는 책가방을 어깨에 메고 학교에 다녔으나 요즘은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학생들이 모두 책가방을 등에다 지고 학교를 다닌다. 그러면서도 책가방을 지고 다닌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모두들 메고 다닌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가 말뜻을 헷갈리게 쓰며 살아가는 것이다. 메느냐 지느냐 하는 것은 책가방이냐 아니냐에 달린 것이 아니라 어깨에만 맡기느냐 등에다 맡기고 어깨는 거들기만 하느냐에 달린 것이다.

‘메다’는 어깨에다 무엇을 걸치거나 올려놓는 노릇이다. 그러나 반드시 한쪽 어깨에만 맡겨야 메는 것이다. 굳이 두 쪽 어깨에 맡겨도 메는 것일 수가 있지만 그럴 적에는 한쪽 어깨에 하나씩 따로 맡겨야 메는 것이다. 무엇이나 하나를 두 쪽 어깨에다 걸치면 그 무엇은 어쩔 수 없이 등허리 쪽에다 맡기는 수밖에 없고, 그렇게 하면 메는 것이 아니라 지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지다’는 본디 ‘짊어지다’에서 ‘짊어’를 떼어버리고 쓰는 낱말인데, 무엇을 두 가닥으로 짊어서 두 쪽 어깨에 걸치고 등에다 얹어놓는 노릇을 뜻한다. 지는 노릇이 지난날 삶에서는 너무나 종요로워 ‘지게’까지 만들어 무거운 것이라도 쉽게 지도록 했다.

어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온전히 등에만 맡겨서 지면 그것은 업는 것이다. ‘업다’는 온전히 등에만 맡기지만 본디 깍지 낀 두 손의 도움은 받지 않을 수가 없는 노릇이고, 오래 업고 있으려면 띠 같은 것으로 몸통에다 묶는 것을 마달 수도 없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2490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8847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4102
» 메다와 지다 바람의종 2008.03.06 7151
1319 메다, 매다 바람의종 2008.10.14 7455
1318 메가폰과 마이크 바람의종 2010.01.10 7890
1317 멍텅구리 風磬 2006.11.26 7077
1316 멍귀·귿환·머흘쇠 바람의종 2008.06.24 6105
1315 멋지다 연진아, 멋지다 루카셴코 風文 2023.04.17 1176
1314 멋, 맵시 바람의종 2010.07.18 9593
1313 멀쩡하다 / 내외빈 風文 2020.06.18 1797
1312 먼지털이, 재털이 바람의종 2010.03.13 9698
1311 먹통 같다 바람의종 2008.01.07 9706
1310 먹지 말앙 바람의종 2009.05.09 6844
1309 먹어시냐 바람의종 2009.06.17 5901
1308 먹어 보난 바람의종 2009.05.20 7773
1307 먹고 잪다 바람의종 2009.07.10 6619
1306 먹거리와 먹을거리 바람의종 2008.01.08 8285
1305 먹거리, 먹을거리 바람의종 2008.11.16 6028
1304 먹거리 바람의종 2010.11.03 10045
1303 바람의종 2009.05.06 7825
1302 머지않아/멀지않아 바람의종 2009.02.04 10221
1301 머지않아 바람의종 2010.03.22 11233
1300 머슴날 바람의종 2009.08.02 7208
1299 맹숭맹숭, 맨송맨송 바람의종 2010.11.01 1277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0 91 92 93 94 95 96 97 98 99 100 101 102 103 104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