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12847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튀기말, 피진과 크레올

어느 말겨레에 들지 못하고 두 언어가 뒤섞여 이루어진 말이 있다. 이를 튀기말이라 한다. 튀기말의 대표적인 형태가 피진이다. 피진은 주로 바다를 건너 장사하는 사람들 사이에 사용되던 말이다. 대개는 영어나 프랑스말, 스페인말, 포르투갈말에 바탕을 두고 현지 토박이말을 섞어 형성되는데, 낱말의 수도 한정되고 문법도 매우 단순화되어 있다. 물건을 사고파는 데 꼭 필요한 만큼의 낱말과 문법으로만 이루어진 게 튀기말이다.

피진 중에는 중국의 피진영어가 대표적이다. 피진이란 말 자체가 비즈니스(business)의 중국 발음을 딴 것이라고 알려졌다. 그 밖에도 아프리카나 태평양에 여러 토박이말과 서양말 사이에서 생겨난 피진들이 여럿 있다. 대개 낱말은 영어를 비롯한 서양말에서 왔고 문법은 토박이말에서 따왔다.

피진은 친밀하지 않은 상대방과 의사소통을 하느라 생긴 것으로 소통할 필요성이 있는 한 계속 유지된다. 집단 사이 관계가 매우 긴밀해져서 한 집단이 다른 집단의 언어를 완전히 배울 수 있게 되면 피진은 더 필요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어느 쪽도 상대방 언어를 온전히 배울 마음이 없는 한 피진은 사라지지 않는다. 삼백년 동안이나 유지된 중국의 피진영어가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그런데 피진이 한 족속의 모국어로 뿌리내리게 되어 어린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이를 정식으로 습득하는 말이 될 때 이를 ‘크레올’이라 한다. 임시변통이던 튀기말이 정식 언어로 태어나는 셈이다.

권재일/서울대 교수·언어학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2558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9194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3941
2908 어깨를 걸고 나란히 바람의종 2009.12.01 12292
2907 몰래 입국, 몰래 출국 바람의종 2010.04.19 12288
2906 하룻강아지 바람의종 2010.03.22 12285
2905 클래식 바람의종 2010.03.17 12280
2904 마린보이 바람의종 2012.08.13 12275
2903 혈혈단신 바람의종 2010.07.17 12272
2902 걸판지게 놀다 바람의종 2012.05.09 12271
2901 자기 개발 / 자기 계발 바람의종 2011.11.24 12261
2900 저지 바람의종 2010.04.18 12259
2899 북녘말 바람의종 2012.10.04 12257
2898 내부치다, 내붙이다 바람의종 2010.11.05 12254
2897 ‘-land’ 가 붙는 지명 표기 바람의종 2010.06.01 12240
2896 휘파람새 file 바람의종 2009.09.03 12237
2895 궂기다 바람의종 2010.03.16 12234
2894 ~다 라고 말했다 바람의종 2010.03.15 12233
2893 과녁, 이녁, 새벽녘, 저물녘 바람의종 2009.05.09 12232
2892 걷잡아 / 겉잡아 바람의종 2010.03.19 12231
2891 어리숙하다, 어수룩하다 바람의종 2010.10.16 12221
2890 표식/표지, 성력/생력 바람의종 2010.09.03 12217
2889 녹녹지 않다 바람의종 2010.03.30 12203
2888 쿠사리 바람의종 2010.04.26 12196
2887 지양과 지향 바람의종 2010.08.07 1218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