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2.23 01:31

뜰과 마당

조회 수 750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뜰과 마당

지난 세기 동안 우리 집의 모습과 쓰임새가 크게 달라져 말들 또한 뜻과 쓰임새 모두 많이 달라졌다. 지난날 우리네 집은 울이나 담으로 둘러싸인 집터 위에 저마다 몫이 다른 쓰임새로 여러 자리가 나누어졌다. 방과 마루와 부엌을 중심으로 하는 집채를 비롯하여 마당, 뜰, 남새밭이 집터를 채웠다. 집의 노른자위는 물론 위채, 아래채, 사랑채로 나누어지는 삶의 보금자리인 집채다. 남새밭은 대문과 집채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구석진 곳에 자리잡고 철따라 반찬거리 남새를 길러냈다.

‘마당’은 집에서 집채나 남새밭에 못지않게 종요로운 자리다. 남새밭이 없는 집은 있을 수 있지만 마당이 없는 집은 거의 없었다. 살림이 넉넉하고 집터가 넓으면 앞마당, 뒷마당, 바깥마당까지 갖춘 집들도 적지 않았다. 마당은 일터다. 타작을 하고, 우케를 널고, 길쌈을 하고, 명절이 닥치거나 혼례나 장례나 환갑 같은 큰일이 생기면 잔치판도 벌이고 놀이판도 벌이고, 여름철 밤이면 모깃불을 피워놓고 이야기판도 벌였다.

‘뜰’은 집에서 가장 뒷전으로 밀리는 자리다. 집채처럼 보금자리도 아니고, 마당처럼 일터도 아니고, 남새밭처럼 먹거리를 내놓지도 않는다. 뜰은 삶을 기름지게 하는 쉼터다. 그래서 살림살이가 넉넉해지면 곧장 뜰이 넓어진다. 울이나 담 아래 몇 포기 꽃을 심는 것에서 비롯하여 앵두에서 살구나 감과 같은 과일 나무를 심고, 천리향이나 매화 같은 꽃나무를 심고, 마침내 연꽃이 피고 수양버들이 드리워지는 연못까지 갖추기도 한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0103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6621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1617
224 있다가, 이따가 風文 2024.01.03 1294
223 국민께 감사를 風文 2021.11.10 1292
222 혁신의 의미, 말과 폭력 風文 2022.06.20 1291
221 대통령과 책방 風文 2023.05.12 1290
220 세로드립 風文 2021.10.15 1289
219 깻잎 / 기림비 1 風文 2020.06.01 1288
218 귀 잡수시다? 風文 2023.11.11 1287
217 기역 대신 ‘기윽’은 어떨까, 가르치기도 편한데 風文 2023.11.14 1287
216 유신의 추억 風文 2021.11.15 1285
215 어떤 문답 관리자 2022.01.31 1284
214 붓다 / 붇다 風文 2023.11.15 1283
213 한글의 역설, 말을 고치려면 風文 2022.08.19 1282
212 말로 하는 정치 風文 2022.01.21 1280
211 ‘파바’와 ‘롯리’ 風文 2023.06.16 1280
210 ‘~스런’ 風文 2023.12.29 1277
209 경텃절몽구리아들 / 모이 風文 2020.05.24 1275
208 말끝이 당신이다, 고급 말싸움법 風文 2022.07.19 1275
207 ‘폭팔’과 ‘망말’ 風文 2024.01.04 1274
206 어떻게 토론할까, 질문 안 할 책임 風文 2022.07.24 1273
205 사라져 가는 한글 간판 風文 2024.01.06 1273
204 호언장담 風文 2022.05.09 1272
203 일본이 한글 통일?, 타인을 중심에 風文 2022.07.22 127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0 141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