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2.23 01:31

뜰과 마당

조회 수 735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뜰과 마당

지난 세기 동안 우리 집의 모습과 쓰임새가 크게 달라져 말들 또한 뜻과 쓰임새 모두 많이 달라졌다. 지난날 우리네 집은 울이나 담으로 둘러싸인 집터 위에 저마다 몫이 다른 쓰임새로 여러 자리가 나누어졌다. 방과 마루와 부엌을 중심으로 하는 집채를 비롯하여 마당, 뜰, 남새밭이 집터를 채웠다. 집의 노른자위는 물론 위채, 아래채, 사랑채로 나누어지는 삶의 보금자리인 집채다. 남새밭은 대문과 집채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구석진 곳에 자리잡고 철따라 반찬거리 남새를 길러냈다.

‘마당’은 집에서 집채나 남새밭에 못지않게 종요로운 자리다. 남새밭이 없는 집은 있을 수 있지만 마당이 없는 집은 거의 없었다. 살림이 넉넉하고 집터가 넓으면 앞마당, 뒷마당, 바깥마당까지 갖춘 집들도 적지 않았다. 마당은 일터다. 타작을 하고, 우케를 널고, 길쌈을 하고, 명절이 닥치거나 혼례나 장례나 환갑 같은 큰일이 생기면 잔치판도 벌이고 놀이판도 벌이고, 여름철 밤이면 모깃불을 피워놓고 이야기판도 벌였다.

‘뜰’은 집에서 가장 뒷전으로 밀리는 자리다. 집채처럼 보금자리도 아니고, 마당처럼 일터도 아니고, 남새밭처럼 먹거리를 내놓지도 않는다. 뜰은 삶을 기름지게 하는 쉼터다. 그래서 살림살이가 넉넉해지면 곧장 뜰이 넓어진다. 울이나 담 아래 몇 포기 꽃을 심는 것에서 비롯하여 앵두에서 살구나 감과 같은 과일 나무를 심고, 천리향이나 매화 같은 꽃나무를 심고, 마침내 연꽃이 피고 수양버들이 드리워지는 연못까지 갖추기도 한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8584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5153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0012
3234 과잉 수정 風文 2022.05.23 937
3233 ○○노조 風文 2022.12.26 937
3232 가족 호칭 혁신, 일본식 외래어 風文 2022.06.26 938
3231 통속어 활용법 風文 2022.01.28 939
3230 공공언어의 주인, 언어학자는 빠져! 風文 2022.07.27 939
3229 정치와 은유(2, 3) 風文 2022.10.13 939
3228 비계획적 방출, 주접 댓글 風文 2022.09.08 941
3227 왠지/웬일, 어떻게/어떡해 風文 2023.06.30 942
3226 외래어의 된소리 風文 2022.01.28 944
3225 말하는 입 風文 2023.01.03 945
3224 헷갈리는 맞춤법 風文 2024.01.09 945
3223 남과 북의 언어, 뉘앙스 차이 風文 2022.06.10 946
3222 국가 사전을 다시?(2,3) 주인장 2022.10.21 946
3221 자막의 질주, 당선자 대 당선인 風文 2022.10.17 949
3220 다만, 다만, 다만, 뒷담화 風文 2022.09.07 951
3219 수능 국어영역 風文 2023.06.19 952
3218 새말과 소통, 국어공부 성찰 風文 2022.02.13 953
3217 저리다 / 절이다 風文 2023.11.15 953
3216 “영수증 받으실게요” 風文 2024.01.16 953
3215 말끝이 당신이다, 고급 말싸움법 風文 2022.07.19 956
3214 몸으로 재다, 윙크와 무시 風文 2022.11.09 957
3213 ‘거칠은 들판’ ‘낯설은 타향’ 風文 2024.01.09 95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