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2.22 20:45

누겁다/ 서겁다

조회 수 6997 추천 수 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누겁다/ 서겁다

‘누겁다’는 ‘눅눅한 느낌이 있다’는 뜻이고, ‘서겁다’는 ‘섭섭한 느낌이 있다’는 뜻이다.

“장마철이여서인지 방안이 누거웠다.”(조선말대사전) “오뉴월 겨불도 쬐다나면 서겁다, 짚불도 쬐다나면 서겁다.(우리말글쓰기 연관어대사전)

‘누겁다’와 ‘서겁다’는 ‘눅눅하다’와 ‘섭섭하다’에서 왔다. ‘눅눅하다’에서 ‘눅-’을 취하고, ‘어떤 느낌이 있다’는 뜻을 더하는 ‘-겁’을 결합한 것이다. ‘섭섭하다’도 마찬가지다. ‘눅겁다’에서 ‘누겁다’로, ‘섭겁다’에서 ‘서겁다’로 변한 것은 소리를 쉽게 내고자 함인 것으로 보인다. 남북이 같이 쓰는 ‘차갑다/ 헐겁다’를 보면 보통 ‘차다/ 헐다’처럼 한 음절의 형용사에 ‘-겁’이 결합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누겁다/ 서겁다’는 두 음절 형용사의 음절 하나만 취했다. 또 ‘누겁다/ 서겁다’는 남녘의 사전은 물론, 방언에서도 확인되지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누겁다/ 서겁다’는 북녘에서 만든 말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겁’이 형용사 어간에 결합되고, 하나의 음절에만 결합된다는 규칙을 찾을 수 있고, 그 규칙에 맞게 말을 만들었다는 점과 이 말의 뜻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다는 점에서 볼 때 잘 만든 말로 여겨진다.

같은 방식으로 ‘~겁다’붙이 형용사를 만들어 볼 수도 있겠다. ‘분분하다’에서 ‘분겁하다’를 만들고 ‘(의견이) 분분한 듯하다’는 뜻으로 쓰고, ‘딱딱하다’에서 ‘딱갑다’를 만들고 ‘딱딱한 느낌이 있다’의 뜻으로 쓸 수도 있겠다.

김태훈/겨레말큰사전 자료관리부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9463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6013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0899
3234 후텁지근한 風文 2023.11.15 966
3233 ‘가오’와 ‘간지’ 風文 2023.11.20 966
3232 날씨와 인사 風文 2022.05.23 967
3231 과잉 수정 風文 2022.05.23 969
3230 가족 호칭 혁신, 일본식 외래어 風文 2022.06.26 969
3229 비계획적 방출, 주접 댓글 風文 2022.09.08 969
3228 교열의 힘, 말과 시대상 風文 2022.07.11 970
3227 자백과 고백 風文 2022.01.12 971
3226 정치와 은유(2, 3) 風文 2022.10.13 972
3225 1도 없다, 황교안의 거짓말? 風文 2022.07.17 973
3224 몸으로 재다, 윙크와 무시 風文 2022.11.09 974
3223 '밖에'의 띄어쓰기 風文 2023.11.22 976
3222 “영수증 받으실게요” 風文 2024.01.16 977
3221 헷갈리는 맞춤법 風文 2024.01.09 978
3220 수능 국어영역 風文 2023.06.19 981
3219 아니오 / 아니요 風文 2023.10.08 982
3218 통속어 활용법 風文 2022.01.28 983
3217 다만, 다만, 다만, 뒷담화 風文 2022.09.07 985
3216 ‘거칠은 들판’ ‘낯설은 타향’ 風文 2024.01.09 985
3215 “힘 빼”, 작은, 하찮은 風文 2022.10.26 986
3214 남과 북의 언어, 뉘앙스 차이 風文 2022.06.10 987
3213 그림과 말, 어이, 택배! 風文 2022.09.16 98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