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똥풀
풀꽃이름에 ‘똥/오줌’이 붙는 것은 좀 심하다 싶지만, ‘애기똥풀’은 줄기를 꺾으면 노란색 젖 같은 액즙이 나오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또한 오뉴월에 꽃이 피는데, 노란 꽃잎 넉 장이 붙어 있는 작은 꽃모양도 예쁘게 싸 놓은 애기똥을 연상시킨다. ‘젖풀/ 씨아똥/ 까치다리’라고도 부른다.
한자말로는 ‘백굴채’(白屈菜)라고 하여 배가 아플 때 진통제로 쓰거나 짓무른 살갗에 발랐는데, 시골에서 자란 사람은 젖풀을 바르면 사마귀가 줄어든다는 말도 들어봤을 것이다. 요즘 들어 음식이나 새집증후군 따위 갖가지 환경문제로 말미암아 ‘아토피’란 병증이 극성을 부리는데, 이 풀이 치료재로 환영을 받고 있다고 한다. 애기들의 아토피를 치료하는 데 이 풀이 긴요하게 쓰이는 것을 보면 이름을 붙인 옛 어른들이 선견지명이 있는 것도 같다.
시골 동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꽃이지만 우리가 관심도 없던 풀꽃이어서 동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풀이름이다. 시 소재로도 흔히 쓰인다. “‘나 서른다섯 될 때까지/ 애기똥풀 모르고 살았지요/ 해마다 어김없이 봄날 돌아올 때마다/ 그들은 내 얼굴 쳐다보았을 텐데요.”(안도현 ‘애기똥풀’) 하찮은 것 같아도 당당하다고 노래한다. “시궁창 물가에 서서도/ 앙증스레 꽃 피워 문/ 애기똥풀 보아라/ 어디 연꽃만이 연꽃이겠느냐.”(복효근 ‘애기똥풀꽃’) 그렇다. 장미나 백합만 꽃이 아니고, 애기똥풀이나 할미꽃의 아름다움마저 깨닫게 되는 것이 철들고 나이 드는 것의 소중함 아닐까.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
[애기똥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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