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신성비
‘경주 남산 신성비’는 6세기 말께 경주 남산에 성을 쌓으면서 기록한 비문이다. 이 비문은 1934년 제1 비를 시작으로 모두 아홉 개가 발견됐는데, 축성과 관련된 이두문과 축성인이 적혀 있다. 이 이두문은 “신해년 2월26일 남산 신성을 지을 때, 법대로 지은 지 3년에 붕파된 것은 죄를 줄 일로 삼아 교지에 따라 맹서하는 일”로 시작된다. 축성 관련자 이름에는 직책과 출신지가 기록된다. 예컨대 ‘아량라두 사훼 음내고 대사’(阿良旅 沙喙 音內古 大舍)는 “아량촌 순시관(라두)은 사훼부의 음내고(인명) 대사(직함)”로 풀이할 수 있다. 여기서 ‘아량’은 〈삼국사기〉지리지에 나오는 ‘아시량’인데, 법흥왕 때 신라에 통합되었다. ‘아시량’은 이두식으로 풀면 ‘아래’가 되며, 우리말을 한자음으로 적은 것으로 보면 ‘아시’가 된다. ‘아시’는 ‘어시’, 곧 ‘어이’나 ‘엇’이 되니 ‘어머니’를 뜻하는 말로도 볼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기록된 역사적 사실이 금석문을 통해 증명될 때가 많다는 점이다. 얼마 전 한 일본 학자가 독도 문제를 거론한 적이 있다. 그는 “한국 사람은 모두 독도가 한국땅이라고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일본 사람은 20%만이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20%의 일본인은 그것을 매우 논리적으로 설명한다”라고 하였다. 역사 기록과 발굴 유적을 두루 살피는 일은, 우리의 말글, 역사를 논리적으로 이해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국어학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54024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200635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215589 |
3260 | 남친과 남사친 | 風文 | 2023.02.13 | 1329 |
3259 | 이단, 공교롭다 | 風文 | 2022.08.07 | 1333 |
3258 | ‘가오’와 ‘간지’ | 風文 | 2023.11.20 | 1334 |
3257 | ‘맞다’와 ‘맞는다’, 이름 바꾸기 | 風文 | 2022.09.11 | 1335 |
3256 | 구경꾼의 말 | 風文 | 2022.12.19 | 1335 |
3255 | 순직 | 風文 | 2022.02.01 | 1337 |
3254 | ‘다음 소희’에 숨은 문법 | 風文 | 2023.02.27 | 1338 |
3253 | '밖에'의 띄어쓰기 | 風文 | 2023.11.22 | 1338 |
3252 | 깻잎 / 기림비 1 | 風文 | 2020.06.01 | 1339 |
3251 | '-시키다’ | 風文 | 2023.12.22 | 1340 |
3250 | 한 두름, 한 손 | 風文 | 2024.01.02 | 1341 |
3249 | 우리와 외국인, 글자 즐기기 | 風文 | 2022.06.17 | 1342 |
3248 | 주현씨가 말했다 | 風文 | 2023.11.21 | 1342 |
3247 | 선정-지정 / 얼룩빼기 황소 | 風文 | 2020.05.15 | 1343 |
3246 | 붓다 / 붇다 | 風文 | 2023.11.15 | 1343 |
3245 | 귀 잡수시다? | 風文 | 2023.11.11 | 1344 |
3244 | 김 여사 | 風文 | 2023.05.31 | 1345 |
3243 | 몸으로 재다, 윙크와 무시 | 風文 | 2022.11.09 | 1346 |
3242 | 말의 적 / 화무십일홍 | 風文 | 2023.10.09 | 1347 |
3241 | 기역 대신 ‘기윽’은 어떨까, 가르치기도 편한데 | 風文 | 2023.11.14 | 1352 |
3240 | 정보와 담론, 덕담 | 風文 | 2022.06.15 | 1355 |
3239 | 말끝이 당신이다, 고급 말싸움법 | 風文 | 2022.07.19 | 13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