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2.11 09:58

돕다와 거들다

조회 수 6786 추천 수 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돕다와 거들다

‘돕다’와 ‘거들다’ 같은 말도 요즘은 거의 뜻 가림을 하지 않고 뒤죽박죽으로 쓰인다. 국어사전들이 ‘돕다’를 찾으면 거드는 것이라 하고 ‘거들다’를 찾으면 돕는 것이라고 하니까 이런 뒤죽박죽이 바로잡힐 길조차 없다. 이들 두 낱말은 서로 비슷한 뜻을 지녀서 얼마쯤 겹치는 구석이 있지만 여러 가지 잣대에서 쓰임새와 뜻이 사뭇 다르다.

우선 ‘돕다’는 사람에 쓰이는 낱말이고 ‘거들다’는 일에 쓰이는 낱말이다. 사람을 돕고 일을 거든다고 하면 쓰임새가 옳지만 일을 돕고 사람을 거든다고 하면 쓰임새가 틀렸다. 또 ‘돕다’는 몸과 마음으로 주는데, ‘거들다’는 몸으로만 주는 것이다. 돕는 것은 지니고 가진 것을 모두 다해서 주지만 거드는 것은 몸에서 나오는 힘으로만 주는 것이다. 그래서 ‘돕다’는 주고받는 것이지만 ‘거들다’는 주기만 하는 것이기도 하다. 돕는 것은 두고 보면 주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서로 도움이 되기 마련이지만 거드는 것은 주는 쪽에서는 주기만 하고 받는 쪽에서는 받기만 하면 그만이다. 넷째로 ‘돕다’는 주는 쪽에서 열쇠를 쥐고 있지만 ‘거들다’는 받는 쪽에서 열쇠를 쥐고 있다. 돕는 것은 받는 쪽에서 달라니까 주는 것이 아니라 주는 쪽에서 주려고 해서 주는 것이고, 거드는 것은 주는 쪽에서 주려고 해서 주는 것이 아니라 받는 쪽에서 달라니까 주는 것이다. 그래서 ‘돕다’는 언제나 어디서나 주고받을 수 있도록 열려 있지만 ‘거들다’는 지금 벌어진 일에 갇혀서 주고 나면 끝난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4291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10859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5603
202 말의 적 / 화무십일홍 風文 2023.10.09 1617
201 마녀사냥 風文 2022.01.13 1615
200 귀 잡수시다? 風文 2023.11.11 1615
199 장녀, 외딸, 고명딸 風文 2023.12.21 1615
198 3인칭은 없다, 문자와 일본정신 風文 2022.07.21 1614
197 마라톤 / 자막교정기 風文 2020.05.28 1611
196 말의 평가절하 관리자 2022.01.31 1607
195 생각보다, 효녀 노릇 風文 2022.09.02 1606
194 붓다 / 붇다 風文 2023.11.15 1603
193 있다가, 이따가 風文 2024.01.03 1603
192 저리다 / 절이다 風文 2023.11.15 1595
191 주시경, 대칭적 소통 風文 2022.06.29 1592
190 방방곡곡 / 명량 風文 2020.06.04 1591
189 몸으로 재다, 윙크와 무시 風文 2022.11.09 1591
188 어떤 문답 관리자 2022.01.31 1589
187 이단, 공교롭다 風文 2022.08.07 1587
186 구경꾼의 말 風文 2022.12.19 1585
185 새말과 소통, 국어공부 성찰 風文 2022.02.13 1584
184 개념의 차이, 문화어 風文 2022.06.13 1583
183 주현씨가 말했다 風文 2023.11.21 1583
182 남친과 남사친 風文 2023.02.13 1582
181 과잉 수정 風文 2022.05.23 158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1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