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2.03 03:14

물과 땅이름

조회 수 8153 추천 수 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물과 땅이름

물은 어느 시대 어느 곳이나 생명과 다름이 없다. 땅을 기름지게 하고, 곡식을 자라게 하며, 늘 새로운 생명을 싹틔우는 바탕이 물이다. 흔히 종교 행사로 치르는 ‘세례’ 또한 인간의 죄를 씻어주는 것을 의미하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균여전>의 ‘항순중생가’에도 ‘대비 물로 적시어 이울지(시들지) 아니하겠더라’라는 시구가 나온다.

땅이름에 물과 관련된 것은 매우 많다. ‘물’의 옛말은  였다. <삼국사기> 지리지에 ‘수성군’(매홀군), ‘매소홀현’(미추홀), ‘수곡성현’(매탄홀), ‘이천현’(이진매현)에 포함된 ‘매’(買)는 모두 ‘물’을 표기한 보기들이다. 그런데 이 낱말의 음은 산을 나타내는 ‘뫼’와 유사하며, 들을 나타내는   와 같다.

여기에서 우리는 ‘물’을 뜻하는  가, 산이나 들의 ‘뫼’와   처럼 ‘미’로 변화할 가능성을 점칠 수 있다. 그런데 이 낱말은 ‘미’로 변화하지 않고, ‘믈’을 거쳐 ‘물’로 변화한다. 왜 그럴까? 이에 대한 해답은 언어 변화의 기능 부담과 관련지어 풀이할 수 있다. 달리 말해, 하나의 낱말 형태가 지나치게 많은 의미를 담당할 경우, 서로 다른 꼴로 나타내는 것이 효율적이므로, ‘산’과 ‘들’, 그리고 ‘물’을 모두 ‘미’로 일컫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이와는 달리 ‘나리’에서 온 ‘내’는 오랫동안 땅이름에 남는다. 예를 들어 ‘모래내’, ‘연신내’, ‘오목내’처럼, 물줄기를 뜻하는 ‘내’는 오늘날에도 자주 들을 수 있는 땅이름이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국어학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7951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4616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9485
202 라틴아메리카 언어 바람의종 2008.02.18 9657
201 호태왕비 바람의종 2008.02.17 9193
200 굿 바람의종 2008.02.17 8088
199 끌끌하다 바람의종 2008.02.16 9824
198 퉁구스 말겨레 바람의종 2008.02.16 10822
197 남산 신성비 바람의종 2008.02.16 9263
196 씀바귀 바람의종 2008.02.15 7951
195 서낭 바람의종 2008.02.15 7309
194 귀지하다 바람의종 2008.02.15 9949
193 극동 언어들 바람의종 2008.02.14 8114
192 두만강과 여진어 바람의종 2008.02.14 8688
191 광대수염 바람의종 2008.02.13 8662
190 춥다와 덥다 바람의종 2008.02.13 10245
189 물어름 바람의종 2008.02.12 8468
188 바스크말 바람의종 2008.02.12 6925
187 백두산 바람의종 2008.02.12 8301
186 패랭이꽃 바람의종 2008.02.11 9138
185 돕다와 거들다 바람의종 2008.02.11 6693
184 노박비 바람의종 2008.02.11 8476
183 우랄 말겨레 바람의종 2008.02.10 8960
182 ‘모라’와 마을 바람의종 2008.02.10 8100
181 부처손 바람의종 2008.02.10 879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1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