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2.01 19:46

‘돌미’와 ‘살미’

조회 수 7986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돌미’와 ‘살미’

서울 금천구 독산동이나 김포시 양촌면의 석산은 모두 ‘돌미’라 불리던 지역이었다. ‘돌미’에 들어 있는 ‘미’는 ‘산’을 뜻하는 ‘뫼’가 변한 말이다. 이처럼 산을 나타내는 말이 ‘미’로 변화한 땅이름은 매우 많다. 달이 뜨는 산을 뜻하는 ‘월출산’이나 ‘월악산’은 ‘달나미’, 또는 ‘달미’로 불린다.


그런데 ‘미’가 붙은 땅이름이라고 하여 모두 산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충북 중원(충주)의 ‘살미’는 산과는 관련이 없다. 여기에 붙은 ‘미’는 ‘들판’을 뜻하는  ‘가 변화한 말이다.  ‘ 는 〈훈몽자회〉에도 나오는데, 한자 ‘야’(野)를 ‘ 야’로 풀이하였다. 또한 〈두시언해〉에도 ‘누른 흙  두듥엔 하늘 닭이 춤추놋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뫼’와   ‘는 소리가 비슷해서 모두 ‘미’로 바뀔 수 있다. 이처럼 소리는 같으나 뜻이 다른 말을 동음이의어라 부른다.

흥미로운 사실은 일상의 언어생활에서는 동음이의어가 생겨날 경우, 뜻을 변별하기 위해 어느 한 낱말은 다른 말로 대체되어 쓰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예컨대 ‘계절’을 뜻하는 ‘녀름’이 머릿소리규칙에 따라 ‘여름’으로 변화하면, 본디 있던 ‘여름’은 ‘열매’로 바뀐다. 그런데 땅이름에 나타나는 동음이의어는 이처럼 자유로운 변화를 보이지 못한다. 충북 제천에서는 ‘살미’를 ‘미산’이라 부르는데, 이 땅이름은 ‘쌀이 산처럼 쌓였다’는 전설보다는 ‘미’의 동음이의어를 구분하지 않고 사용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국어학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4955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1451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6586
3434 ‘-land’ 가 붙는 지명 표기 바람의종 2010.06.01 11817
3433 ‘감투’와 ‘망탕’ 바람의종 2010.03.23 15791
3432 ‘뜨더국’과 ‘마치다’ 바람의종 2010.04.02 15838
3431 단어를 쪼개지 말자 바람의종 2012.05.02 10962
3430 "-읍니다""-습니다" 바람의종 2008.05.03 8505
3429 "~대" 와 "~데" 바람의종 2008.05.13 9966
3428 "~들"의 남용 바람의종 2009.02.22 7745
3427 "~주다"는 동사 뒤에만 온다 바람의종 2009.07.25 12250
3426 "~하에" 바람의종 2009.10.07 13008
3425 "가지다"를 버리자 바람의종 2008.07.31 9723
3424 "가지다"를 버리자 2 바람의종 2008.08.03 9884
3423 "드리다"의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9.09.01 18315
3422 "못"의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9.03.25 16365
3421 "빠르다"와 "이르다" 바람의종 2008.04.02 9045
3420 "뿐"의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8.11.03 9039
3419 "있다, 없다"의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9.07.13 12427
3418 "잘"과 "못"의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9.08.27 23558
3417 "정한수" 떠놓고… 1 바람의종 2008.04.01 13210
3416 "차"의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9.09.06 12025
3415 % 포인트 바람의종 2012.06.11 9239
3414 돟습니다레! 바람의종 2008.09.27 6486
3413 믜운이 바람의종 2009.02.07 880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