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2.01 19:46

‘돌미’와 ‘살미’

조회 수 8003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돌미’와 ‘살미’

서울 금천구 독산동이나 김포시 양촌면의 석산은 모두 ‘돌미’라 불리던 지역이었다. ‘돌미’에 들어 있는 ‘미’는 ‘산’을 뜻하는 ‘뫼’가 변한 말이다. 이처럼 산을 나타내는 말이 ‘미’로 변화한 땅이름은 매우 많다. 달이 뜨는 산을 뜻하는 ‘월출산’이나 ‘월악산’은 ‘달나미’, 또는 ‘달미’로 불린다.


그런데 ‘미’가 붙은 땅이름이라고 하여 모두 산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충북 중원(충주)의 ‘살미’는 산과는 관련이 없다. 여기에 붙은 ‘미’는 ‘들판’을 뜻하는  ‘가 변화한 말이다.  ‘ 는 〈훈몽자회〉에도 나오는데, 한자 ‘야’(野)를 ‘ 야’로 풀이하였다. 또한 〈두시언해〉에도 ‘누른 흙  두듥엔 하늘 닭이 춤추놋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뫼’와   ‘는 소리가 비슷해서 모두 ‘미’로 바뀔 수 있다. 이처럼 소리는 같으나 뜻이 다른 말을 동음이의어라 부른다.

흥미로운 사실은 일상의 언어생활에서는 동음이의어가 생겨날 경우, 뜻을 변별하기 위해 어느 한 낱말은 다른 말로 대체되어 쓰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예컨대 ‘계절’을 뜻하는 ‘녀름’이 머릿소리규칙에 따라 ‘여름’으로 변화하면, 본디 있던 ‘여름’은 ‘열매’로 바뀐다. 그런데 땅이름에 나타나는 동음이의어는 이처럼 자유로운 변화를 보이지 못한다. 충북 제천에서는 ‘살미’를 ‘미산’이라 부르는데, 이 땅이름은 ‘쌀이 산처럼 쌓였다’는 전설보다는 ‘미’의 동음이의어를 구분하지 않고 사용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국어학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46372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207941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16Jan
    by 風文
    2024/01/16 by 風文
    Views 1324 

    ‘도와센터’ ‘몰던카’

  5. No Image 01Feb
    by 바람의종
    2008/02/01 by 바람의종
    Views 8003 

    ‘돌미’와 ‘살미’

  6. No Image 07May
    by 바람의종
    2010/05/07 by 바람의종
    Views 13260 

    ‘때식을 번지다’와 ‘재구를 치다’

  7. No Image 05Nov
    by 바람의종
    2007/11/05 by 바람의종
    Views 5525 

    ‘뛰다’와 ‘달리다’

  8. No Image 27Apr
    by 바람의종
    2010/04/27 by 바람의종
    Views 9517 

    ‘렷다’

  9. No Image 04Dec
    by 바람의종
    2009/12/04 by 바람의종
    Views 9893 

    ‘로서’와 ‘로써’

  10. No Image 06Jan
    by 바람의종
    2008/01/06 by 바람의종
    Views 8038 

    ‘막하다’

  11. No Image 11Nov
    by 바람의종
    2011/11/11 by 바람의종
    Views 8807 

    ‘말밭’을 가꾸자

  12. No Image 11Sep
    by 風文
    2022/09/11 by 風文
    Views 955 

    ‘맞다’와 ‘맞는다’, 이름 바꾸기

  13. No Image 27Mar
    by 風文
    2024/03/27 by 風文
    Views 1385 

    ‘머스트 해브’와 ‘워너비’

  14. No Image 28Dec
    by 風文
    2023/12/28 by 風文
    Views 1060 

    ‘며칠’과 ‘몇 일’

  15. No Image 01Dec
    by 바람의종
    2009/12/01 by 바람의종
    Views 10725 

    ‘몇 일’이 아니고 ‘며칠’인 이유

  16. No Image 10Feb
    by 바람의종
    2008/02/10 by 바람의종
    Views 7840 

    ‘모라’와 마을

  17. No Image 17May
    by 바람의종
    2010/05/17 by 바람의종
    Views 12867 

    ‘물멀기’와 ‘싸다’

  18. No Image 23Apr
    by 바람의종
    2010/04/23 by 바람의종
    Views 11790 

    ‘바드민톤’과 ‘아수한 이별’

  19. No Image 02Jun
    by 風文
    2023/06/02 by 風文
    Views 1247 

    ‘부끄부끄’ ‘쓰담쓰담’

  20. No Image 11Oct
    by 바람의종
    2007/10/11 by 바람의종
    Views 9034 

    ‘부럽다’의 방언형

  21. No Image 14Jan
    by 바람의종
    2010/01/14 by 바람의종
    Views 11800 

    ‘붇다’와 ‘붓다’의 활용

  22. No Image 08Jun
    by 바람의종
    2010/06/08 by 바람의종
    Views 12515 

    ‘빼또칼’과 ‘총대가정’

  23. No Image 21Aug
    by 風文
    2022/08/21 by 風文
    Views 1385 

    ‘사흘’ 사태, 그래서 어쩌라고

  24. No Image 15Oct
    by 風文
    2021/10/15 by 風文
    Views 1069 

    ‘선진화’의 길

  25. No Image 08May
    by 風文
    2024/05/08 by 風文
    Views 400 

    ‘수놈’과 ‘숫놈’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