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27 15:33

개차산과 죽산

조회 수 9166 추천 수 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개차산과 죽산

경기도 안성 이죽면의 옛이름은 ‘개산’ 또는 ‘개차산’이었다. <삼국사기> 지리지에, 개산군은 본래 고구려 개차산군이었는데 경덕왕 때 이름을 바꾸었으며, 고려 때는 죽산(竹山)이라고 불렀다. 흥미로운 사실은 죽산의 옛이름으로 ‘개차’라는 말이 존재했다는 점이다.

‘개차’라는 말은 본래 ‘임금’을 뜻하는 말이었다. 이는 행주(幸州)의 옛이름인 ‘개백’에서도 확인된다. 행주는 본디 고구려 개백현(皆伯縣)이었는데 우왕현(遇王縣)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행주로 바뀐 땅이름이다. 이 ‘개백’은 한자 ‘왕’(王)과 대응되며, ‘개차’(옛음은 ‘가이지’)는 ‘대’[죽]와 대응된다. 땅이름 표기는 토박이말 단어의 첫음절을 한자음으로 쓰거나 그 말에 해당하는 한자를 찾아 맞옮긴다. 이런 원리에 따라 ‘개백’을 ‘왕’으로 옮겼고, ‘개차’는 ‘대’로 옮긴 셈이다. 한자 ‘대’는 큰 것뿐만 아니라 왕과도 관련이 있다.

중국 역사서인 <주서> 이역전 백제조에는 “왕의 성은 부여씨로 어라하라 불렀으며, 백성들은 건길지라 불렀는데, 중국말로는 왕이란 뜻이다”라는 기록이 있다. 여기에 나타나는 ‘건길지’는 ‘건’과 ‘길지’로 이루어진 말이다. ‘건’은 몽골어 ‘칸’에 해당하며, ‘길지’는 ‘개차’와 마찬가지로 임금에 해당한다.

‘개차산’이 ‘죽산’이 된 것은 토박이말이 한자말로 바뀌는 과정과 관련이 있을 뿐 한자가 뜻하는 ‘대나무’와는 무관하다. 이처럼 땅이름 변화에는 우리말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경우가 많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국어학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3191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9932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4618
3084 벌이다와 벌리다 바람의종 2010.04.06 13523
3083 하릴없다와 할 일 없다 바람의종 2010.03.08 13514
3082 집히다 / 짚이다 바람의종 2011.11.17 13514
3081 퍼센트포인트 바람의종 2011.11.24 13512
3080 경을 치다 바람의종 2007.12.27 13511
3079 메우다, 채우다 바람의종 2009.09.22 13501
3078 간지는 음력 바람의종 2010.01.20 13494
3077 노가리 까다 바람의종 2008.02.22 13490
3076 냄비, 남비 바람의종 2010.01.15 13477
3075 노파심 바람의종 2010.11.01 13472
3074 ‘강시울’과 ‘뒤매’ 바람의종 2010.06.20 13458
3073 ‘팜므파말’ 바람의종 2011.12.22 13456
3072 센티 바람의종 2011.05.01 13455
3071 응큼하다 바람의종 2012.10.09 13454
3070 좋으네요, 좋네요 바람의종 2010.04.19 13449
3069 진력나다, 진력내다 바람의종 2011.12.28 13448
3068 ‘때식을 번지다’와 ‘재구를 치다’ 바람의종 2010.05.07 13441
3067 초를 치다 바람의종 2010.09.05 13441
3066 어미 ‘-ㄹ지’,의존명사 ‘지’ 바람의종 2010.01.27 13429
3065 가시 돋힌 설전 바람의종 2010.04.01 13424
3064 자립명사와 의존명사 바람의종 2010.01.28 13412
3063 한목소리, 한 목소리, 한걸음, 한 걸음 바람의종 2010.06.01 1339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