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27 15:33

개차산과 죽산

조회 수 9099 추천 수 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개차산과 죽산

경기도 안성 이죽면의 옛이름은 ‘개산’ 또는 ‘개차산’이었다. <삼국사기> 지리지에, 개산군은 본래 고구려 개차산군이었는데 경덕왕 때 이름을 바꾸었으며, 고려 때는 죽산(竹山)이라고 불렀다. 흥미로운 사실은 죽산의 옛이름으로 ‘개차’라는 말이 존재했다는 점이다.

‘개차’라는 말은 본래 ‘임금’을 뜻하는 말이었다. 이는 행주(幸州)의 옛이름인 ‘개백’에서도 확인된다. 행주는 본디 고구려 개백현(皆伯縣)이었는데 우왕현(遇王縣)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행주로 바뀐 땅이름이다. 이 ‘개백’은 한자 ‘왕’(王)과 대응되며, ‘개차’(옛음은 ‘가이지’)는 ‘대’[죽]와 대응된다. 땅이름 표기는 토박이말 단어의 첫음절을 한자음으로 쓰거나 그 말에 해당하는 한자를 찾아 맞옮긴다. 이런 원리에 따라 ‘개백’을 ‘왕’으로 옮겼고, ‘개차’는 ‘대’로 옮긴 셈이다. 한자 ‘대’는 큰 것뿐만 아니라 왕과도 관련이 있다.

중국 역사서인 <주서> 이역전 백제조에는 “왕의 성은 부여씨로 어라하라 불렀으며, 백성들은 건길지라 불렀는데, 중국말로는 왕이란 뜻이다”라는 기록이 있다. 여기에 나타나는 ‘건길지’는 ‘건’과 ‘길지’로 이루어진 말이다. ‘건’은 몽골어 ‘칸’에 해당하며, ‘길지’는 ‘개차’와 마찬가지로 임금에 해당한다.

‘개차산’이 ‘죽산’이 된 것은 토박이말이 한자말로 바뀌는 과정과 관련이 있을 뿐 한자가 뜻하는 ‘대나무’와는 무관하다. 이처럼 땅이름 변화에는 우리말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경우가 많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국어학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0716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7233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2173
2864 너도밤나무 바람의종 2008.01.22 6892
2863 알토란 같다 바람의종 2008.01.24 15957
2862 애가 끊어질 듯하다 바람의종 2008.01.24 10769
2861 황새울과 큰새 바람의종 2008.01.24 11475
2860 사촌 바람의종 2008.01.24 10507
2859 이마귀 바람의종 2008.01.24 9396
2858 액면 그대로 바람의종 2008.01.25 6978
2857 약방에 감초 바람의종 2008.01.25 8236
2856 어안이 벙벙하다 바람의종 2008.01.25 15964
2855 차례와 뜨레 바람의종 2008.01.25 8378
2854 개양귀비 바람의종 2008.01.25 7506
2853 듬실과 버드실 바람의종 2008.01.25 7794
2852 억장이 무너지다 바람의종 2008.01.26 10162
2851 억지 춘향 바람의종 2008.01.26 10098
2850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 바람의종 2008.01.26 15600
2849 형제자매 바람의종 2008.01.26 11722
2848 자욱길 바람의종 2008.01.26 11810
2847 뽑다와 캐다 바람의종 2008.01.26 8428
2846 오지랖이 넓다 바람의종 2008.01.27 14356
2845 이골이 나다 바람의종 2008.01.27 16764
2844 인구에 회자되다 바람의종 2008.01.27 13707
» 개차산과 죽산 바람의종 2008.01.27 909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