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27 15:33

개차산과 죽산

조회 수 8926 추천 수 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개차산과 죽산

경기도 안성 이죽면의 옛이름은 ‘개산’ 또는 ‘개차산’이었다. <삼국사기> 지리지에, 개산군은 본래 고구려 개차산군이었는데 경덕왕 때 이름을 바꾸었으며, 고려 때는 죽산(竹山)이라고 불렀다. 흥미로운 사실은 죽산의 옛이름으로 ‘개차’라는 말이 존재했다는 점이다.

‘개차’라는 말은 본래 ‘임금’을 뜻하는 말이었다. 이는 행주(幸州)의 옛이름인 ‘개백’에서도 확인된다. 행주는 본디 고구려 개백현(皆伯縣)이었는데 우왕현(遇王縣)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행주로 바뀐 땅이름이다. 이 ‘개백’은 한자 ‘왕’(王)과 대응되며, ‘개차’(옛음은 ‘가이지’)는 ‘대’[죽]와 대응된다. 땅이름 표기는 토박이말 단어의 첫음절을 한자음으로 쓰거나 그 말에 해당하는 한자를 찾아 맞옮긴다. 이런 원리에 따라 ‘개백’을 ‘왕’으로 옮겼고, ‘개차’는 ‘대’로 옮긴 셈이다. 한자 ‘대’는 큰 것뿐만 아니라 왕과도 관련이 있다.

중국 역사서인 <주서> 이역전 백제조에는 “왕의 성은 부여씨로 어라하라 불렀으며, 백성들은 건길지라 불렀는데, 중국말로는 왕이란 뜻이다”라는 기록이 있다. 여기에 나타나는 ‘건길지’는 ‘건’과 ‘길지’로 이루어진 말이다. ‘건’은 몽골어 ‘칸’에 해당하며, ‘길지’는 ‘개차’와 마찬가지로 임금에 해당한다.

‘개차산’이 ‘죽산’이 된 것은 토박이말이 한자말로 바뀌는 과정과 관련이 있을 뿐 한자가 뜻하는 ‘대나무’와는 무관하다. 이처럼 땅이름 변화에는 우리말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경우가 많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국어학


  1. No Image notice by 바람의종 2006/09/16 by 바람의종
    Views 48965 

    ∥…………………………………………………………………… 목록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3. No Image notice by 風磬 2006/09/09 by 風磬
    Views 210412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4. No Image 29Dec
    by 바람의종
    2007/12/29 by 바람의종
    Views 7272 

    개보름

  5. No Image 30Jan
    by 바람의종
    2008/01/30 by 바람의종
    Views 9195 

    개불알꽃

  6. No Image 05Oct
    by 바람의종
    2012/10/05 by 바람의종
    Views 12243 

    개쓰레기

  7. No Image 30May
    by 바람의종
    2007/05/30 by 바람의종
    Views 7452 

    개안

  8. No Image 25Jan
    by 바람의종
    2008/01/25 by 바람의종
    Views 7348 

    개양귀비

  9. No Image 25Apr
    by 風文
    2023/04/25 by 風文
    Views 1390 

    개양귀비

  10. No Image 10May
    by 바람의종
    2012/05/10 by 바람의종
    Views 10566 

    개연성/우연성/필연성

  11. No Image 14Jun
    by 바람의종
    2008/06/14 by 바람의종
    Views 6884 

    개인 날 / 갠날, (-이-)의 표기오류

  12. No Image 14Sep
    by 風磬
    2006/09/14 by 風磬
    Views 16045 

    개차반

  13. No Image 27Jan
    by 바람의종
    2008/01/27 by 바람의종
    Views 8926 

    개차산과 죽산

  14. No Image 22Feb
    by 바람의종
    2008/02/22 by 바람의종
    Views 6725 

    개털

  15. No Image 31Oct
    by 風文
    2021/10/31 by 風文
    Views 1092 

    개헌을 한다면

  16. No Image 19Jun
    by 바람의종
    2010/06/19 by 바람의종
    Views 8058 

    객관적

  17. No Image 17Oct
    by 바람의종
    2008/10/17 by 바람의종
    Views 8322 

    갯벌, 개펄

  18. No Image 15Feb
    by 바람의종
    2010/02/15 by 바람의종
    Views 9576 

    갯벌과 개펄

  19. No Image 01Aug
    by 바람의종
    2012/08/01 by 바람의종
    Views 8198 

    갸냘픈

  20. No Image 17Nov
    by 바람의종
    2011/11/17 by 바람의종
    Views 11772 

    거꾸로 / 반대로

  21. No Image 28Dec
    by 바람의종
    2011/12/28 by 바람의종
    Views 9443 

    거꾸로 가는 지자체

  22. No Image 04Apr
    by 바람의종
    2008/04/04 by 바람의종
    Views 6148 

    거꿀반명제

  23. No Image 26Dec
    by 바람의종
    2007/12/26 by 바람의종
    Views 9601 

    거덜이 나다

  24. No Image 24Sep
    by 바람의종
    2009/09/24 by 바람의종
    Views 10676 

    거래선, 거래처

  25. No Image 25Aug
    by 바람의종
    2010/08/25 by 바람의종
    Views 11149 

    거렁뱅이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