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26 12:42

뽑다와 캐다

조회 수 8381 추천 수 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뽑다와 캐다

‘뽑다’는 박힌 것을 잡아당겨서 빼내는 노릇이다. 여기서 ‘박힌 것’이란 온갖 풀이나 나무, 갖가지 남새나 곡식, 짐승이나 사람의 이빨 같이 자연이 박은 것을 비롯해서 못이나 말뚝 같이 사람이 박은 것까지 싸잡아 뜻한다. 이제는 뜻 넓이가 더욱 번져나가 몸속에서 피를 뽑고 거미 꽁무니에서 줄을 뽑고 노래 한 가락을 뽑고 나쁜 버릇을 뽑듯이 속에 있는 것을 나오게 한다는 뜻, 반장이나 대표를 뽑듯이 골라잡는다는 뜻, 장사에서 밑천을 뽑듯이 거둬들인다는 뜻까지 넓혀서 쓴다.

‘뽑다’를 본디 제 뜻, 곧 푸나무와 남새와 곡식 같이 땅에서 싹이 나고 자라는 것을 빼낸다는 뜻으로 쓸 적에는 비슷한 낱말이 여럿 있다. ‘캐다·속다·찌다·매다’가 그런 낱말이다. ‘캐다’는 쓸모가 있으나 흔하게 널려 있지 않은 것을 찾고 가려서 빼내는 것이다. 맨손이 아니라 칼이나 호미나 괭이 같은 연모의 도움을 받아서 빼내는 노릇이다. ‘속다’는 남새나 곡식이나 과일 같이 사람이 씨앗을 뿌리고 심어 일부러 키우는 것에서 잘못 자란 것을 빼내는 것이다. 잘난 것을 끝까지 더욱 잘 키우려고 못난 것을 가려서 빼내 버리는 노릇이다. ‘찌다’는 씨앗을 모판에 뿌려 키우다가 알맞게 자라면 옮겨 심어야 하는 남새나 곡식의 모종을 옮겨 심으려고 빼내는 것이다. ‘매다’는 남새나 과일이나 곡식을 키우는 논밭에 자라나서 남새나 곡식이나 과일을 못살게 구는 풀, 곧 김을 빼내는 것이다. ‘찌다’는 행여 다칠세라 정성을 다하고 ‘매다’는 살아날까봐 걱정을 다하면서 빼낸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7947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4616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9478
2864 너도밤나무 바람의종 2008.01.22 6851
2863 알토란 같다 바람의종 2008.01.24 15952
2862 애가 끊어질 듯하다 바람의종 2008.01.24 10759
2861 황새울과 큰새 바람의종 2008.01.24 11356
2860 사촌 바람의종 2008.01.24 10442
2859 이마귀 바람의종 2008.01.24 9346
2858 액면 그대로 바람의종 2008.01.25 6972
2857 약방에 감초 바람의종 2008.01.25 8229
2856 어안이 벙벙하다 바람의종 2008.01.25 15945
2855 차례와 뜨레 바람의종 2008.01.25 8306
2854 개양귀비 바람의종 2008.01.25 7458
2853 듬실과 버드실 바람의종 2008.01.25 7740
2852 억장이 무너지다 바람의종 2008.01.26 10146
2851 억지 춘향 바람의종 2008.01.26 10087
2850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 바람의종 2008.01.26 15578
2849 형제자매 바람의종 2008.01.26 11586
2848 자욱길 바람의종 2008.01.26 11764
» 뽑다와 캐다 바람의종 2008.01.26 8381
2846 오지랖이 넓다 바람의종 2008.01.27 14343
2845 이골이 나다 바람의종 2008.01.27 16745
2844 인구에 회자되다 바람의종 2008.01.27 13696
2843 개차산과 죽산 바람의종 2008.01.27 905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