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24 18:09

황새울과 큰새

조회 수 11484 추천 수 1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황새울과 큰새

작은 마을 이름에는 땅의 모양새나 동식물과 관련된 것들이 많다. 당진군 정미면의 ‘황새울’이라는 곳도 ‘황새’가 많이 날아든다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다. 그런데 이 마을 사람들은 ‘황새울’을 ‘한새울’이라고도 한다. ‘황새’와 ‘한새’는 어떤 관계일까?

우리말 형용사 ‘하다’는 ‘크다·많다’라는 뜻을 지닌 옛말이었다. 이는 <용비어천가> 제2장의 ‘불휘 기픈 남? 바?매 아니 뮐? 곶 됴코 여름 하?니’라는 표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여기서 ‘여름 하?니’는 ‘열매가 많으니’라는 뜻이다. ‘한강’은 ‘큰 강’을 뜻하며, ‘한밭’은 또한 ‘큰 밭’(大田)’을 뜻한다는 것은 두루 아는 사실이다. 우리 글을 ‘한글’이라 한 것도 ‘큰 글’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쯤 되면 ‘한새울’이 ‘황새울’로 불리는 까닭도 짐작할 수 있다. ‘한 새’는 ‘큰 새’이며, 한낱말로 녹아드는 과정에서 ‘황새’라는 말로 바뀌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최세진의 <훈몽자회>에서는 황새를 ‘한새 관(?)’으로 풀이한 바 있다. 또한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황새’를, “몸의 길이는 1미터, 편 날개의 길이는 66센티미터, 몸빛은 흰 빛”으로 풀이한다. 결국 ‘황’은 ‘한’이 변한 소리다. ‘한’은 ‘황’뿐만 아니라 ‘항’으로 소리날 수도 있다. 우리 옛말에 ‘주인’을 뜻하는 ‘항것’도 ‘큰’이라는 뜻의 ‘항’과 ‘주인’이라는 뜻의 ‘것’이 합쳐진 말이다. 이처럼 음이 유사한 작은 마을 이름에서 우리말의 본새를 찾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국어학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1309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7872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2774
2864 졸립다 / 졸리다 바람의종 2009.07.08 9571
2863 존맛 風文 2023.06.28 1800
2862 족두리꽃 바람의종 2008.03.19 7570
2861 조카 바람의종 2007.03.26 11221
2860 조종, 조정 바람의종 2010.04.17 10983
2859 조족지혈 바람의종 2007.12.21 12608
2858 조조할인 바람의종 2010.08.17 16413
2857 조장 바람의종 2007.08.18 7252
2856 조이·조시 바람의종 2008.07.17 6534
2855 조의금 봉투 風文 2023.11.15 1436
2854 조우, 해우, 만남 바람의종 2009.07.27 12811
2853 조언과 충고 바람의종 2012.05.22 9635
2852 조앙가 file 바람의종 2009.09.23 7807
2851 조사됐다 바람의종 2010.04.25 8394
2850 조사 ‘밖에’ 뒤엔 부정하는 말 바람의종 2009.11.24 9705
2849 조바심하다 바람의종 2007.03.24 6796
2848 조리다와 졸이다 바람의종 2010.10.04 10603
2847 조리다, 졸이다 바람의종 2012.11.06 15493
2846 조그만한, 자그만한 바람의종 2010.03.26 10917
2845 조개껍질 바람의종 2010.07.23 10501
2844 조개 바람의종 2013.02.05 19924
2843 조강지처 바람의종 2007.12.21 1047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