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24 18:09

황새울과 큰새

조회 수 11311 추천 수 1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황새울과 큰새

작은 마을 이름에는 땅의 모양새나 동식물과 관련된 것들이 많다. 당진군 정미면의 ‘황새울’이라는 곳도 ‘황새’가 많이 날아든다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다. 그런데 이 마을 사람들은 ‘황새울’을 ‘한새울’이라고도 한다. ‘황새’와 ‘한새’는 어떤 관계일까?

우리말 형용사 ‘하다’는 ‘크다·많다’라는 뜻을 지닌 옛말이었다. 이는 <용비어천가> 제2장의 ‘불휘 기픈 남? 바?매 아니 뮐? 곶 됴코 여름 하?니’라는 표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여기서 ‘여름 하?니’는 ‘열매가 많으니’라는 뜻이다. ‘한강’은 ‘큰 강’을 뜻하며, ‘한밭’은 또한 ‘큰 밭’(大田)’을 뜻한다는 것은 두루 아는 사실이다. 우리 글을 ‘한글’이라 한 것도 ‘큰 글’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쯤 되면 ‘한새울’이 ‘황새울’로 불리는 까닭도 짐작할 수 있다. ‘한 새’는 ‘큰 새’이며, 한낱말로 녹아드는 과정에서 ‘황새’라는 말로 바뀌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최세진의 <훈몽자회>에서는 황새를 ‘한새 관(?)’으로 풀이한 바 있다. 또한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황새’를, “몸의 길이는 1미터, 편 날개의 길이는 66센티미터, 몸빛은 흰 빛”으로 풀이한다. 결국 ‘황’은 ‘한’이 변한 소리다. ‘한’은 ‘황’뿐만 아니라 ‘항’으로 소리날 수도 있다. 우리 옛말에 ‘주인’을 뜻하는 ‘항것’도 ‘큰’이라는 뜻의 ‘항’과 ‘주인’이라는 뜻의 ‘것’이 합쳐진 말이다. 이처럼 음이 유사한 작은 마을 이름에서 우리말의 본새를 찾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국어학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6467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3006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7916
3304 말의 바깥, 말의 아나키즘 風文 2022.08.28 1356
3303 내일러 風文 2024.01.03 1357
3302 3인칭은 없다, 문자와 일본정신 風文 2022.07.21 1358
3301 용찬 샘, 용찬 씨 風文 2023.04.26 1359
3300 영어 열등감, 몸에 닿는 단위 風文 2022.04.27 1360
3299 울면서 말하기 風文 2023.03.01 1360
3298 깨알 글씨, 할 말과 못할 말 風文 2022.06.22 1362
3297 국가 사전을 다시?(2,3) 주인장 2022.10.21 1362
3296 가짜와 인공 風文 2023.12.18 1363
3295 법과 도덕 風文 2022.01.25 1365
3294 발음의 변화, 망언과 대응 風文 2022.02.24 1365
3293 금새 / 금세 風文 2023.10.08 1365
3292 매뉴얼 / 동통 風文 2020.05.30 1366
3291 말하는 입 風文 2023.01.03 1369
3290 남과 북의 언어, 뉘앙스 차이 風文 2022.06.10 1371
3289 비계획적 방출, 주접 댓글 風文 2022.09.08 1372
3288 말과 절제, 방향과 방위 風文 2022.07.06 1373
3287 거짓말과 개소리, 혼잣말의 비밀 風文 2022.11.30 1374
3286 피동형을 즐기라 風文 2023.11.11 1376
3285 정당의 이름 風文 2022.01.26 1378
3284 말의 이중성, 하나 마나 한 말 風文 2022.07.25 1378
3283 주시경, 대칭적 소통 風文 2022.06.29 138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