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22 11:50

소젖

조회 수 6288 추천 수 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소젖


지난 세기 칠십 년대에 위궤양을 앓던 나는 다방에 가면 늘 ‘우유’를 마셨는데, 우유를 달라면 아가씨는 언제나 ‘밀크’를 권했다. 짐짓 우유와 밀크가 어떻게 다르냐고 물으면 우유는 칠백 원이고 밀크는 천 원이라 했다. 값만 다르냐고 하면 우유는 가루를 타서 만들고 밀크는 병에 든 것을 준다고 했다. 우유나 밀크나 그게 그건데 한자말 우유는 칠백 원이고 영어 밀크는 천 원인 사실이 우스웠다. 그럼 우리말 ‘소젖’이면 값을 얼마나 받겠느냐며 말장난을 치곤했다.

신라가 당나라와 손잡고 백제 고구려를 무너뜨려 국학 출신과 당나라 유학생만 벼슬자리에 앉히면서 우리말은 한자말에 짓밟히기 시작했다. 그런 세월이 일천 삼백 년 동안 바로잡히지 않아 저 드넓은 요서·요동·만주 벌판을 죄 중국에 빼앗겼고, 우리말은 한자말에 짓밟혀 하찮고 더러운 것으로 낙인찍혀 굴러 떨어졌다. 그런 흐름은 아직도 끝나지 않아서 ‘어버이’는 ‘부모’에게, ‘언니’는 ‘형’에게, ‘아우’는 ‘동생’에게 짓밟혀 쫓겨나는 모습을 우리 눈으로 본다.

조선이 무너지고 일본과 미국이 덮치면서 일본말과 영어가 다시 우리말을 짓밟았으나 이제 일본말은 한자말 자리로 떨어지고 영어만 홀로 윗자리에 올라섰다. 소젖→우유→밀크, 집→건물→빌딩, 뜰→정원→가든 …. 이처럼 우리말은 한자말과 영어 밑에 이층으로 깔려 숨을 헐떡인다. 이런 우리말의 신세를 뒤집어 맨 윗자리로 끌어올려야 우리가 올바로 살아가는 문화 겨레가 아닐까?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8688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5226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0131
2882 주머니차 바람의종 2007.12.22 7285
2881 주마등 바람의종 2010.04.01 12333
2880 주년, 돌, 회 바람의종 2010.05.31 10769
2879 주권자의 외침 風文 2022.01.13 1076
2878 주격조사 바람의종 2010.07.21 9500
2877 죄다, 죄여, 조이다, 조여 바람의종 2010.06.20 19372
2876 좌익 바람의종 2007.08.20 6563
2875 좌우하다와 좌지우지하다 바람의종 2010.11.10 12501
2874 좌우 바람의종 2009.05.12 8026
2873 좋음과 나쁨, 제2외국어 교육 風文 2022.07.08 1267
2872 좋은 하루 되세요 바람의종 2008.08.28 6454
2871 좋은 아침! 바람의종 2008.03.27 11855
2870 좋은 목소리 / 좋은 발음 風文 2020.05.26 1244
2869 좋으네요, 좋네요 바람의종 2010.04.19 13392
2868 좋게 말하기 바람의종 2008.06.12 8198
2867 좇다와 쫓다 바람의종 2010.02.08 9147
2866 좇다와 쫓다 바람의종 2008.06.08 8692
2865 종달새 바람의종 2009.05.26 10008
2864 종군위안부 바람의종 2012.05.04 10605
2863 종교 바람의종 2009.09.22 9488
2862 좀체로, 의례적 바람의종 2008.12.15 16970
2861 졸이다, 조리다 바람의종 2008.10.14 679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