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20 05:57

부리다와 시키다

조회 수 8449 추천 수 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부리다와 시키다


‘부리다’에는 아주 다른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재주를, 꾀를, 멋을, 어리광을, 말썽을, 심술을, 기승을 부리다 같이 “속에 감추어져 있던 것을 겉으로 드러내 떨친다”는 뜻이다. 이런 ‘부리다’는 ‘피우다’와 매우 비슷해서 ‘재주를 피우다’ ‘어리광을 피우다’처럼 그 자리에 곧장 바꾸어 써도 괜찮다. ‘부리다’에는 이와 아주 다른 뜻이 하나 더 있다. 이런 뜻의 ‘부리다’는 ‘시키다’와 비슷하다. 이때 ‘부리다’는 ‘시키다’와 마찬가지로 “무엇을 하도록 한다”는 뜻이다. 뜻으로만 보아서는 ‘부리다’와 ‘시키다’가 서로 다를 것이 없는 낱말이라 하겠다.

그러나 ‘부리다’와 ‘시키다’는 쓰임새가 아주 다르다. 이들 두 낱말의 뜻인 “무엇을 하도록 한다”는 월은 ①무엇을 ②하도록 ③한다는 세 낱말로 이루어졌는데, ‘시키다’는 ‘①무엇을’에 걸어서 쓰는 낱말이고 ‘부리다’는 ‘②하도록’에 걸어서 쓰는 낱말이다. ‘시키다’는 [일]에 걸어서 쓰고, ‘부리다’는 일하는 [힘]에 걸어서 쓴다. [일]을 시키고, 일하는 [힘]을 부린다는 말이다. [심부름]을 시키고, 심부름하는 [사람]을 부린다. [밭갈이]를 시키고, 밭갈이하는 [소]를 부린다. [쓰레기 청소]를 시키고, 쓰레기 청소하는 [청소차]를 부린다. 사람에게든 짐승한테든 기계한테든 [일]을 시키고, 사람이든 짐승이든 기계든 일하는 [힘]을 부린다. “아무개에게 시켰다”는 말을 흔히 하지만 그것은 “아무개에게 청소를 시켰다”에서 [일]인 “청소를” 감추고 한 말일 뿐이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4411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1053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5964
1654 부축빼기 바람의종 2010.01.08 9928
1653 부추? 바람의종 2007.12.13 6282
1652 부처손 바람의종 2008.02.10 8740
1651 부처꽃 바람의종 2008.07.31 5923
1650 부질없다 風磬 2006.12.20 10607
1649 부지깽이 風磬 2006.12.20 6611
1648 부인, 집사람, 아내, 안사람 바람의종 2010.02.15 14203
1647 부엌떼기, 새침데기, 귀때기 바람의종 2009.02.10 7597
1646 부엌,주방,취사장 바람의종 2010.05.11 9098
1645 부엉이 바람의종 2009.03.01 6272
1644 부아가 난다 바람의종 2008.01.13 10373
1643 부수다와 부서지다 바람의종 2010.07.19 8137
1642 부사, 문득 風文 2023.11.16 1121
1641 부분과 부문 바람의종 2010.05.13 11361
1640 부부 금실 바람의종 2007.11.06 7919
1639 부문과 부분 바람의종 2008.04.21 7791
» 부리다와 시키다 바람의종 2008.01.20 8449
1637 부리나케 風磬 2006.12.20 7516
1636 부릅뜨다 file 바람의종 2010.01.11 8821
1635 부름말과 지칭 바람의종 2008.03.12 10818
1634 부럼 風磬 2006.12.20 7211
1633 부랴부랴 風磬 2006.12.20 525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75 76 77 78 79 80 81 82 83 84 85 86 87 88 89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