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20 05:57

부리다와 시키다

조회 수 8546 추천 수 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부리다와 시키다


‘부리다’에는 아주 다른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재주를, 꾀를, 멋을, 어리광을, 말썽을, 심술을, 기승을 부리다 같이 “속에 감추어져 있던 것을 겉으로 드러내 떨친다”는 뜻이다. 이런 ‘부리다’는 ‘피우다’와 매우 비슷해서 ‘재주를 피우다’ ‘어리광을 피우다’처럼 그 자리에 곧장 바꾸어 써도 괜찮다. ‘부리다’에는 이와 아주 다른 뜻이 하나 더 있다. 이런 뜻의 ‘부리다’는 ‘시키다’와 비슷하다. 이때 ‘부리다’는 ‘시키다’와 마찬가지로 “무엇을 하도록 한다”는 뜻이다. 뜻으로만 보아서는 ‘부리다’와 ‘시키다’가 서로 다를 것이 없는 낱말이라 하겠다.

그러나 ‘부리다’와 ‘시키다’는 쓰임새가 아주 다르다. 이들 두 낱말의 뜻인 “무엇을 하도록 한다”는 월은 ①무엇을 ②하도록 ③한다는 세 낱말로 이루어졌는데, ‘시키다’는 ‘①무엇을’에 걸어서 쓰는 낱말이고 ‘부리다’는 ‘②하도록’에 걸어서 쓰는 낱말이다. ‘시키다’는 [일]에 걸어서 쓰고, ‘부리다’는 일하는 [힘]에 걸어서 쓴다. [일]을 시키고, 일하는 [힘]을 부린다는 말이다. [심부름]을 시키고, 심부름하는 [사람]을 부린다. [밭갈이]를 시키고, 밭갈이하는 [소]를 부린다. [쓰레기 청소]를 시키고, 쓰레기 청소하는 [청소차]를 부린다. 사람에게든 짐승한테든 기계한테든 [일]을 시키고, 사람이든 짐승이든 기계든 일하는 [힘]을 부린다. “아무개에게 시켰다”는 말을 흔히 하지만 그것은 “아무개에게 청소를 시켰다”에서 [일]인 “청소를” 감추고 한 말일 뿐이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4527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11110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5832
1808 설레이다, 설레다 바람의종 2009.07.06 8999
1807 아무, 누구 바람의종 2009.10.08 8999
1806 에프원(F1) 바람의종 2011.11.21 8997
1805 훕시 바람의종 2009.07.12 8995
1804 오재미 바람의종 2008.02.18 8994
1803 하늘말라리아? 바람의종 2008.04.27 8993
1802 궂긴소식 바람의종 2008.04.30 8991
1801 과욋돈 바람의종 2012.08.21 8990
1800 안갚음 風磬 2007.01.19 8989
1799 호칭과 예절 바람의종 2009.03.03 8986
1798 쓸어올리다 바람의종 2008.01.15 8974
1797 파이팅 바람의종 2009.06.01 8973
1796 ‘말밭’을 가꾸자 바람의종 2011.11.11 8972
1795 푼돈 바람의종 2007.03.31 8971
1794 언니와 학부형 바람의종 2011.10.25 8970
1793 표식(?), 횡경막(?) 바람의종 2008.06.28 8969
1792 딸리다, 달리다 바람의종 2009.02.19 8968
1791 꽃사지 바람의종 2009.05.15 8965
1790 니, 네 바람의종 2011.10.25 8964
1789 소행·애무 바람의종 2008.05.24 8962
1788 빨강색, 빨간색, 빨강 바람의종 2008.11.27 8962
1787 바통 바람의종 2009.10.02 895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8 69 70 71 72 73 74 75 76 77 78 79 80 81 82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