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19 11:14

말과 글

조회 수 4016 추천 수 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말과 글

‘말’과 ‘글’을 뜻이 아주 다른 낱말로 보아 ‘말글’이라 쓰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글’은 말에서 나왔고 말의 한 가지에 지나지 않으며, ‘말’은 글을 낳았고 글을 싸잡는 것이기에 이들 둘은 서로 다른 낱말이 아니다.

‘말’은 사람의 마음을 담아서 주고받는 노릇이다. 마음을 담으려면 그릇이 있어야 하는데 조물주가 내려준 그릇이 목소리다. 목소리에다 마음을 담아서 주고받는 노릇이 본디 ‘말’이었다. 목소리는 하늘이 내려주어서 누구나 힘들이지 않고 쓸 수 있는 그릇이지만 곧장 사라져서 눈앞에 있는 사람밖에는 주고받을 수가 없다. 사람은 사라지지 않는 그릇을 찾아 나섰고 마침내 ‘글자’를 만들어 눈앞에 없는 사람과도 주고받기에 이르렀다. 글자의 그릇에 마음을 담아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으며 주고받는 말, 이게 곧 ‘글’이다. 이래서 이제 목소리의 말을 ‘입말’이라 하고, 글자의 말을 ‘글말’이라 한다.

글말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눈앞에 없는 사람과도 주고받을 수 있어서 엄청난 도움이 되었으나 살아 숨쉬는 느낌을 지닌 목소리를 담을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 사람은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오늘에 와서 시간과 공간에 아랑곳도 없고, 살아 숨쉬는 목소리도 놓치지 않고, 게다가 눈앞에 보듯이 모습까지 담아서 주고받을 수 있는 새로운 그릇을 찾아냈다. 그것이 바로 ‘전자’다. 전신·전화·영화·방송을 거쳐 인터넷에 이르는 ‘전자 그릇’에 마음을 담아 주고받는 ‘전자말’이 나타났다. 말이 세 가지로 벌어진 것이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0713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7133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2257
3322 사람, 동물, 언어 / 언어와 인권 風文 2022.07.13 901
3321 개헌을 한다면 風文 2021.10.31 903
3320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이제 '본전생각' 좀 버립시다 風文 2022.02.06 904
3319 ‘끄물끄물’ ‘꾸물꾸물’ 風文 2024.02.21 904
3318 연말용 상투어 風文 2022.01.25 906
3317 외교관과 외국어, 백두산 전설 風文 2022.06.23 906
3316 내연녀와 동거인 風文 2023.04.19 908
3315 쓰봉 風文 2023.11.16 910
3314 왜 벌써 절망합니까 - 8. 미래를 창조하는 미래 風文 2022.05.17 913
3313 ‘이고세’와 ‘푸르지오’ 風文 2023.12.30 913
3312 피동형을 즐기라 風文 2023.11.11 914
3311 ‘요새’와 ‘금세’ 風文 2024.02.18 914
3310 시간에 쫓기다, 차별금지법과 말 風文 2022.09.05 915
3309 대명사의 탈출 風文 2021.09.02 916
3308 비판과 막말 風文 2021.09.15 917
3307 외국어 선택, 다언어 사회 風文 2022.05.16 917
3306 3인칭은 없다, 문자와 일본정신 風文 2022.07.21 918
3305 뒷담화 보도, 교각살우 風文 2022.06.27 919
3304 식욕은 당기고, 얼굴은 땅기는 風文 2024.01.04 919
3303 모호하다 / 금쪽이 風文 2023.10.11 921
3302 군색한, 궁색한 風文 2023.11.21 922
3301 외국어 차용 風文 2022.05.06 92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