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17 09:27

나무노래

조회 수 7540 추천 수 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나무노래

초등학생 조카가 읊조리는 ‘나무노래’는 조그만 입술로 옹알대는 모습도 귀엽지만, 무엇보다도 언어유희 수준이 뛰어나 언제 들어도 재미있다. 우선 비슷한 소리를 붙인다. “가자가자 감나무, 오자오자 옻나무, 오다보니 오동나무, 늙었구나 느릅나무, 자빠졌다 잣나무 ….”

낱말풀이도 있다. “십리절반 오리나무, 열의갑절 스무나무, 내편네편 양편나무, 젖먹여라 수유나무, 셈잘한다 계수나무 ….”
말 쓰임이 나오기도 한다. “불밝혀라 등나무, 불에붙여 향나무, 마당쓸어 싸리나무 ….”
모습과 소리가 살아있다. “덜덜떠는 사시나무, 입맞췄다 쪽나무, 오줌싼다 쉬나무 ….”
반대말도 등장한다. “낮에봐도 밤나무, 거짓없어 참나무, 양반동네 상나무, 풀었어도 매자나무 ….”

아이러니는 어떤가. “한치라도 백자나무, 남쪽에 난 동백나무, 푸르러도 단풍나무, 죽어도 살구나무 ….” 아예 한 문장으로 만들기도 한다. “‘오자마자 가래’나무, ‘깔고앉아 구기자’나무, ‘칼로베어 피’나무, ‘씨름하여 저’나무, ‘하느님께 비자’나무, ‘그렇다고 치자’나무 ….”

요즘 생태학교에서 “뽕나무가 뽕하고 방구를 뀌니, 대나무가 대끼놈 야단을 치네, 참나무가 참다못해 하는 말, 참아라~”처럼 배운다 하니, 삶과 자연이 하나로 녹아든 모습이다. 나무노래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4·4조 음수율에 운을 맞추고 뜻을 이루는 품새가 절묘하지 않은가.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책임연구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0360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6882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1907
3322 멋지다 연진아, 멋지다 루카셴코 風文 2023.04.17 1120
3321 어쩌다 보니 風文 2023.04.14 1200
3320 '김'의 예언 風文 2023.04.13 885
3319 “김” 風文 2023.03.06 1319
3318 울면서 말하기 風文 2023.03.01 943
3317 ‘다음 소희’에 숨은 문법 風文 2023.02.27 932
3316 남친과 남사친 風文 2023.02.13 1094
3315 국가의 목소리 風文 2023.02.06 1223
3314 말의 세대 차 風文 2023.02.01 961
3313 ‘통일’의 반대말 風文 2023.01.16 1390
3312 헛스윙, 헛웃음, 헛기침의 쓸모 風文 2023.01.09 1128
3311 '바치다'와 '받치다' file 風文 2023.01.04 1016
3310 말하는 입 風文 2023.01.03 984
3309 ○○노조 風文 2022.12.26 991
3308 구경꾼의 말 風文 2022.12.19 1040
3307 맞춤법·표준어 제정, 국가 독점?…오늘도 ‘손사래’ 風文 2022.12.12 1523
3306 평어 쓰기, 그 후 / 위협하는 기록 風文 2022.12.07 1572
3305 ‘웃기고 있네’와 ‘웃기고 자빠졌네’, ‘-도’와 나머지 風文 2022.12.06 1080
3304 “자식들, 꽃들아, 미안하다, 보고 싶다, 사랑한다, 부디 잘 가라” 風文 2022.12.02 1119
3303 질척거리다, 마약 김밥 風文 2022.12.01 1306
3302 거짓말과 개소리, 혼잣말의 비밀 風文 2022.11.30 943
3301 ‘외국어’라는 외부, ‘영어’라는 내부 風文 2022.11.28 128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