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15 05:01

쇠뜨기

조회 수 7352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쇠뜨기

어렸을 적 시골 들판에 지천으로 깔린 것에 ‘쇠뜨기’라는 풀이 있었다. 뿌리가 너무 깊어 계속 뽑다 보니 새벽닭이 울더라고 농담을 하는 이도, 소꿉놀이 할 때 사금파리에 모래로 밥하고 쇠뜨기를 반찬 삼았다는 이도 있다.‘뱀밥’이라고도 한다. 특히 햇빛이 잘 드는 풀밭이나 둑에서 잘 자라는데, 그런 곳에서 소가 주로 뜯어먹기에 ‘쇠뜨기’라는 이름이 붙었단다. 과식은 금물로, 아무리 쇠뜨기라지만 소도 쇠뜨기를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난다는데, 이는 쇠뜨기에 센 이뇨성분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쇠뜨기의 영어이름이 ‘말꼬리’(horsetail)인 것을 보고 무릎을 탁 쳤다. 풀이름 하나가 문화를 이렇게 잘 반영할 수가! 우리나라 들판에는 소가 있고, 서양 들판에는 말이 많구나. 그래서 들판에 자라는 같은 풀을 두고서도 한쪽은 ‘소’를, 서양 쪽에서는 ‘말’을 기준으로 이름을 붙인 것 아닌가. 한자말에도 말풀, 곧 ‘마초’(馬草)가 있긴 하나, 실제 영어 쪽에 말과 관련된 말이 많다.

이는 바로 ‘농경’(또는 牛耕) 문화와 ‘유목’ 문화를 대비하기도 한다. 우리 겨레는 본디 유목민이었다고 하나, 원시시대에 유목민 아니었던 겨레가 어디 있으랴. 다만 우리는 일찍 터 잡아 소로 논밭 갈아 농사를 지은 까닭에 소와 관련된 말이 많아진 듯하다. 심지어 소에서 나오는 온갖 부산물도 버리지 않는다. 소와 관련된 나무도 있지만 풀이름으로 소귀나물, 쇠무릎지기, 쇠치기풀 …들이 있다.

임소영/한성대 한국어교육원·책임연구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9671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6189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1130
136 ‘외국어’라는 외부, ‘영어’라는 내부 風文 2022.11.28 1777
135 거짓말과 개소리, 혼잣말의 비밀 風文 2022.11.30 1417
134 질척거리다, 마약 김밥 風文 2022.12.01 1711
133 “자식들, 꽃들아, 미안하다, 보고 싶다, 사랑한다, 부디 잘 가라” 風文 2022.12.02 1605
132 ‘웃기고 있네’와 ‘웃기고 자빠졌네’, ‘-도’와 나머지 風文 2022.12.06 1675
131 평어 쓰기, 그 후 / 위협하는 기록 風文 2022.12.07 2159
130 맞춤법·표준어 제정, 국가 독점?…오늘도 ‘손사래’ 風文 2022.12.12 1949
129 구경꾼의 말 風文 2022.12.19 1496
128 ○○노조 風文 2022.12.26 1533
127 말하는 입 風文 2023.01.03 1432
126 '바치다'와 '받치다' file 風文 2023.01.04 1563
125 헛스윙, 헛웃음, 헛기침의 쓸모 風文 2023.01.09 1722
124 ‘통일’의 반대말 風文 2023.01.16 1915
123 말의 세대 차 風文 2023.02.01 1369
122 국가의 목소리 風文 2023.02.06 1664
121 남친과 남사친 風文 2023.02.13 1440
120 ‘다음 소희’에 숨은 문법 風文 2023.02.27 1528
119 울면서 말하기 風文 2023.03.01 1424
118 “김” 風文 2023.03.06 1911
117 '김'의 예언 風文 2023.04.13 1529
116 어쩌다 보니 風文 2023.04.14 1661
115 멋지다 연진아, 멋지다 루카셴코 風文 2023.04.17 169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