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15 05:00

그치다와 마치다

조회 수 7409 추천 수 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그치다와 마치다

‘그치다’나 ‘마치다’나 모두 이어져 오던 무엇이 더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어져 오던 것이므로 시간의 흐름에 얽혔고, 사람의 일이거나 자연의 움직임에 두루 걸쳐 있다. 그러나 이들 두 낱말은 서로 넘나들 수 없는 저마다의 뜻을 지니고 있으니, 서로 넘나들 수 없게 하는 잣대는 과녁이다.

과녁을 세워놓고 이어지던 무엇이 과녁을 맞춰서 이어지지 않으면 ‘마치다’를 쓴다. 과녁 없이 저절로 이어지던 무엇은 언제나 이어지기를 멈출 수 있고, 이럴 적에는 ‘그치다’를 쓴다. 자연은 엄청난 일을 쉬지 않고 이루지만 과녁 같은 것은 세우지 않으므로 자연의 모든 일과 흐름에는 ‘그치다’는 있어도 ‘마치다’는 없다. 비도 그치고 바람도 그치고 태풍도 그치고 지진도 그친다. 과녁을 세워놓고 이어지는 무엇은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나, 사람 일이라고 모두 과녁을 세우는 건 아니다. 그래서 사람의 일이나 움직임에는 ‘그치다’도 있고 ‘마치다’도 있다. 울던 울음을, 웃던 웃음도, 하던 싸움도 그치지만, 학교 수업을, 군대 복무도 마치고, 가을걷이를 다하면 한 해 농사도 마친다.

이어져 오던 무엇이 더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끝나다’와 ‘끝내다’도 쓴다. 물론 저절로 이어지지 않으면 ‘끝나다’고, 사람이 마음을 먹고 이어지지 않도록 하면 ‘끝내다’다. 이들 두 낱말은 과녁이 있는지 없는지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뜻을 지니고 마음을 먹었느냐 아니냐를 가려서 쓰는 것이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1. ∥…………………………………………………………………… 목록

    Date2006.09.16 By바람의종 Views54453
    read more
  2.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Date2007.02.18 By바람의종 Views201079
    read more
  3.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Date2006.09.09 By風磬 Views216001
    read more
  4. 말높이기

    Date2008.01.13 By바람의종 Views6396
    Read More
  5. 맞부닥치다

    Date2008.01.13 By바람의종 Views7510
    Read More
  6. 가와 끝

    Date2008.01.13 By바람의종 Views6862
    Read More
  7. 북망산 가다

    Date2008.01.14 By바람의종 Views10052
    Read More
  8. 비위맞추다

    Date2008.01.14 By바람의종 Views17825
    Read More
  9. 열쇠

    Date2008.01.14 By바람의종 Views7941
    Read More
  10. 예천과 물맛

    Date2008.01.14 By바람의종 Views8723
    Read More
  11. 과거시제

    Date2008.01.14 By바람의종 Views8111
    Read More
  12. 사설을 늘어놓다

    Date2008.01.15 By바람의종 Views7456
    Read More
  13. 살아 진천 죽어 용인

    Date2008.01.15 By바람의종 Views16489
    Read More
  14. 쓸어올리다

    Date2008.01.15 By바람의종 Views8809
    Read More
  15. 그치다와 마치다

    Date2008.01.15 By바람의종 Views7409
    Read More
  16. 쇠뜨기

    Date2008.01.15 By바람의종 Views7227
    Read More
  17. 삼수갑산을 가다

    Date2008.01.16 By바람의종 Views8598
    Read More
  18. 삼십육계 줄행랑

    Date2008.01.16 By바람의종 Views12308
    Read More
  19. 여우골과 어린이말

    Date2008.01.16 By바람의종 Views6717
    Read More
  20. 미래시제

    Date2008.01.16 By바람의종 Views7657
    Read More
  21. 물혹

    Date2008.01.16 By바람의종 Views5824
    Read More
  22. 삼천포로 빠지다

    Date2008.01.17 By바람의종 Views11659
    Read More
  23. 손 없는 날

    Date2008.01.17 By바람의종 Views8802
    Read More
  24. 굴레와 멍에

    Date2008.01.17 By바람의종 Views7688
    Read More
  25. 나무노래

    Date2008.01.17 By바람의종 Views7740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