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이름
우리말에서 ‘헛’은 일부 명사·동사 앞에 붙어 새 말을 만드는 접두사로 쓰인다. ‘헛걸음·헛고생·헛소문’은 명사 앞에, ‘헛디디다·헛보다·헛살다’는 동사 앞에 ‘헛’이 결합된 말이다. 여기서 ‘헛’은 ‘허’(虛)에 사이시옷이 결합된 꼴인데, 뒷말에 ‘이유 없는’, ‘보람 없는’, ‘잘못된’ 등의 뜻을 더한다. 따라서 ‘헛걱정’은 ‘쓸데없이 하는 걱정’, ‘헛고생’은 ‘보람없이 하는 고생’이며, ‘헛소문’은 ‘근거없이 떠도는 잘못된 소문’이란 뜻이 된다. 이런 ‘헛’이 결합된 말이면서 큰사전에 오르지 않은 말로 ‘헛이름’이 있다.
“그는 헛이름만 높았지 훌륭한 장수라 할 수 없다.”(박종화 〈임진왜란〉)
“나는 ○○학파라는 것이 헛이름은 아니라고 봅니다.”(한경, 2004.1.)
“거룩하다는 이름도 구하지 말고 재물도 구하지 말고 영화스러운 것도 구하지 말고 그렁저렁 인연을 따라 한세상을 지내다가 옷이 해지거든 거듭거듭 기워 입고 양식이 없거든 가끔가끔 구하여 먹을지로다. 턱 밑에 세 마디 기운이 끊어지면 문득 송장이요 죽은 후에 헛이름뿐이다. 한낱 허황된 몸이 며칠이나 살 것인데 쓸데없는 일을 하느라고 내 마음을 깜깜하게 하여 공부하기를 잊어버리리요.”(경허 법어, 석명정 역 〈무심〉)
‘헛이름’은 ‘알려진 명성에 비해 보잘 것 없는 이름’을 뜻한다. 허명(虛名)과 같은 말이다. 경허 법어는 ‘헛이름’을 들추어 사전적인 뜻 외의 가르침을 준다.
한용운/겨레말큰사전 편찬부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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