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03 19:03

벌레

조회 수 7381 추천 수 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벌레

가을이 깊어가면서 ‘메뚜기’가 뛰어다니고, 장독대에서 ‘귀뚜라미’가 울어대는가 하면, 따사로운 햇볕에 각종 벌레들이 스멀스멀 기어 다닌다. ‘벌레’는 ‘버러지’와 함께 표준말로 쓰인다.

‘벌레’의 15세기 형태는 ‘벌에’다. 이 당시의 표기 방식은 ‘몸애〉모매’처럼 연철 표기가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벌에’는 ‘버레’가 아닌 ‘벌에’로 적었다. ‘몰애’(沙)도 같은 유형이다. 제2음절에 쓰이는 ‘ㅇ’은 ‘ㄱ’이 약화되어 나타난 것이다. 따라서 ‘벌에’의 이전 형태는 ‘벌게’로 추정할 수 있고, ‘몰애’의 이전 형태는 ‘몰개’로 추정할 수 있다.

‘벌레’의 방언 형태는 ‘벌레, 버래, 버러지, 벌게, 벌거지’가 있다. ‘벌게’의 경우는 ‘벌에/버래’보다 오래된 형태다. 그래서 ‘벌게’의 경우 고장말에서는 ‘벌개, 벌기, 블기’ 등으로 나타나고, ‘벌레’는 ‘버래, 벌레, 버랭이’로 나타난다.

‘벌거지〉버러지’의 변화에서 보는 것처럼, ‘벌거지’도 ‘벌ㄱ’에 뒷가지 ‘-어지’를 연결해 쓰는 고어형이다. 방언에서는 ‘벌거지, 벌가지, 벌걱지, 블그니, 벌갱이’로 쓰인다. ‘버러지’는 ‘벌’에 접미사 ‘-어지’를 연결한 것으로 ‘벌러지, 버럭지, 버레기’가 나타난다.

여기서 우리는 ‘벌게, 벌거지’가 단순히 지방에서 쓰는 사투리가 아니라, 중세국어인 ‘벌에’보다 이전에 썼던 옛말 형태임을 알 수 있다. 방언에는 이처럼 아주 오래된 말이 많다.

이태영/전북대 교수·국어학





***** 윤영환님에 의해서 게시물 카테고리변경되었습니다 (2008-10-14 00:05)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5891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2432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7491
1896 백안시 바람의종 2007.07.10 7572
1895 백열 / 풋닭곰 風文 2020.05.09 1585
1894 백전백승 바람의종 2007.07.11 6167
1893 백정 바람의종 2007.07.11 6418
1892 백지 와 그라노! 바람의종 2010.02.08 7173
1891 밸과 마음 바람의종 2008.04.09 8284
1890 뱃속, 배 속 바람의종 2012.05.10 7419
1889 뱉어라, 뱉아라, 뺏어라, 뺏아라, 맺어라, 맺아라 바람의종 2009.11.12 11531
1888 버들과 땅이름 바람의종 2008.04.10 7913
1887 버무르다, 버무리다 바람의종 2011.12.12 9782
1886 버버리 코트 바람의종 2008.02.12 6800
1885 버벅거리다 바람의종 2011.12.14 10793
1884 버스 값, 버스비, 버스 요금 바람의종 2010.03.24 14140
1883 버스 대절해서 행선지로 바람의종 2012.01.07 11407
1882 번갈아 바람의종 2007.05.10 8046
1881 번번이 / 번번히 바람의종 2012.05.07 14586
1880 번역 투 문장 바람의종 2010.01.10 7217
1879 번지르한, 푸르른 바람의종 2009.03.24 7653
1878 벌개미취 바람의종 2008.05.05 6865
1877 벌금 50위안 風文 2020.04.28 1377
» 벌레 바람의종 2008.01.03 7381
1875 벌써, 벌써부터 바람의종 2009.05.02 613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4 65 66 67 68 69 70 71 72 73 74 75 76 77 78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