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03 19:01

움과 싹

조회 수 8463 추천 수 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움과 싹

가을이 오니 메와 들에 푸나무들이 겨울맞이에 바쁘다. 봄부터 키워 온 씨와 열매를 떨어뜨리고 뿌리와 몸통에다 힘을 갈무리하느라 안간힘을 다한다. 그런 틈바구니에서 봄여름 쉬지 않고 일한 잎은 제 몫을 마쳐 기꺼이 시들어 떨어지고, 덕분에 사람들은 푸짐한 먹이를 얻고 아름다운 단풍 구경에 마냥 즐겁다. 머지않아 겨울이 오면 풀은 땅속에서 뿌리만으로, 나무는 땅위에서 꾀벗은 몸통으로 추위와 싸우며 봄이 오기를 기다린다. 봄이 오면 푸나무는 또다시 ‘움’을 틔우고 ‘싹’을 낸다.

‘움’은 무엇이며 ‘싹’은 무엇인가? 〈표준국어대사전〉은 ‘싹’을 “씨, 줄기, 뿌리 따위에서 처음 돋아나는 어린 잎이나 줄기”라 하고, ‘움’은 “풀이나 나무에 새로 돋아나오는 싹”이라 했다. 둘이 같은 것을 뜻한다는 풀이다. 그러나 ‘움’과 ‘싹’은 말처럼 뜻도 다르다. 다만 둘이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비슷해서 마음을 꼼꼼히 지니고 살지 않으면 가려내기 어려울 뿐이다. ‘움’이 자라 ‘싹’이 된다.

푸나무의 목숨이 처음 나타날 적에는 씨앗이거나 뿌리거나 줄기거나 ‘눈’에서 비롯한다. 씨앗이나 뿌리나 줄기의 ‘눈’에서 새로운 목숨이 나타나는 첫걸음이 ‘움’이다. ‘움’은 껍질이나 땅을 밀고 나오면서 미처 햇빛을 받지 못해서 빛깔이 하얗고 모습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다. 희누런 ‘움’이 터져 나와 자라면 햇빛을 받아 빛깔이 푸르게 바뀌고 모습을 갖추면서 ‘싹’이 된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37262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83718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198736
1650 '난'과 '란' 바람의종 2008.06.17 8468
1649 호함지다 바람의종 2012.09.19 8468
1648 대충 風磬 2006.11.06 8464
» 움과 싹 바람의종 2008.01.03 8463
1646 노력했지마는 / 노력했지만은 바람의종 2012.06.14 8463
1645 들여마시다 바람의종 2010.01.28 8460
1644 멘트 바람의종 2010.02.15 8457
1643 아슴찮아라, 참! file 바람의종 2010.05.09 8457
1642 안티커닝 바람의종 2009.06.17 8456
1641 물다, 쏘다 바람의종 2009.10.07 8456
1640 단음절 띄어쓰기 바람의종 2009.02.05 8455
1639 호꼼마씸? file 바람의종 2010.03.07 8453
1638 뽀개기 바람의종 2010.05.09 8450
1637 허버지게 바람의종 2009.08.03 8447
1636 가파르다의 활용 바람의종 2010.02.07 8447
1635 씨가 먹히다 바람의종 2008.01.20 8447
1634 봉숭아, 복숭아 바람의종 2008.09.18 8440
1633 구렛나루, 구레나루, 구렌나루 / 횡경막 / 관자노리 바람의종 2008.11.03 8440
1632 건달 바람의종 2007.06.01 8438
1631 슬기와 설미 바람의종 2008.02.21 8436
1630 햇빛, 햇볕 바람의종 2008.07.24 8433
1629 누리마루, 나래마루. 바람의종 2009.11.15 843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75 76 77 78 79 80 81 82 83 84 85 86 87 88 89 ... 156 Next
/ 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