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02 16:56

뫼와 갓

조회 수 7144 추천 수 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뫼와 갓

들온말을 즐겨 쓰는 이들은 토박이말에는 이름씨 낱말이 모자라고, 한자말은 짤막하고 또렷한데 토박이말은 늘어지고 너절하다고 한다. 그런 소리가 얼마나 믿을 수 없는지를 보이는 말 하나를 들어보자.

‘산’이 그런 보기다. 얼마나 많이 쓰는 말이며 얼마나 짤막하고 또렷한가! 이것을 끌어 쓰기까지는 토박이 이름씨가 없었고, 이것이 들어와 우리 이름씨 낱말이 늘었을까? 사실은 거꾸로다. ‘산’ 하나가 토박이말 셋을 잡아먹었고, 그렇게 먹힌 토박이말은 모두 ‘산’처럼 짤막하고 또렷하였다. ‘뫼’와 ‘갓’과 ‘재’가 모두 ‘산’한테 자리를 내준 말들이다.

‘갓’은 집을 짓거나 연장을 만들거나 보를 막을 적에 쓰려고 일부러 가꾸는 ‘뫼’다. ‘갓’은 나무를 써야 할 때가 아니면 아무도 손을 못 대도록 오가면서 늘 지킨다. 멀리 떨어져 있으면 일부러 ‘갓지기’를 세워 지키도록 한다. 도회 사람들은 ‘갓’을 자주 보지 못하니까 머리에 쓰는 ‘갓’과 헷갈려서 ‘묏갓’이라 하다가 ‘멧갓’으로 사전에 올랐다.

‘재’는 마을 뒤를 둘러 감싸는 ‘뫼’다. 마을을 둘러 감싸고 있기에 오르내리고 넘나들며 길도 내고 밭도 만들어 삶터로 삼는다. 난리라도 나면 사람들은 모두 ‘잿마루’로 올라 세상을 내려다보며 마을을 지키고 살 길을 찾는다. ‘뫼’는 ‘갓’과 ‘재’를 싸잡고 그보다 높고 커다란 것까지 뜻한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4815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1319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6452
3368 왜 벌써 절망합니까 - 8. 경영하지 않는 경영자들 관리자 2022.02.13 955
3367 왜 벌써 절망합니까 - 훼방만 말아 달라 風文 2022.05.23 955
3366 온실과 야생, 학교, 의미의 반사 風文 2022.09.01 961
3365 인과와 편향, 같잖다 風文 2022.10.10 965
3364 부사, 문득 風文 2023.11.16 968
3363 이중피동의 쓸모 風文 2023.11.10 969
3362 ‘며칠’과 ‘몇 일’ 風文 2023.12.28 970
3361 올바른 명칭 風文 2022.01.09 973
3360 왜 벌써 절망합니까 - 벤처대부는 나의 소망 風文 2022.05.26 973
3359 사과의 법칙, ‘5·18’이라는 말 風文 2022.08.16 974
3358 몰래 요동치는 말 風文 2023.11.22 978
3357 말과 공감 능력 風文 2022.01.26 979
3356 비대칭적 반말, 가짜 정보 風文 2022.06.07 981
3355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선한 기업이 성공한다 風文 2021.10.31 984
3354 왜 벌써 절망합니까 - 8. 내일을 향해 모험하라 風文 2022.05.12 984
3353 언어와 인권 風文 2021.10.28 985
3352 외교관과 외국어, 백두산 전설 風文 2022.06.23 985
3351 권력의 용어 風文 2022.02.10 986
3350 올림픽 담론, 분단의 어휘 風文 2022.05.31 987
3349 속담 순화, 파격과 상식 風文 2022.06.08 988
3348 말과 서열, 세대차와 언어감각 風文 2022.06.21 989
3347 시간에 쫓기다, 차별금지법과 말 風文 2022.09.05 99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