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8.01.02 16:56

뫼와 갓

조회 수 7139 추천 수 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뫼와 갓

들온말을 즐겨 쓰는 이들은 토박이말에는 이름씨 낱말이 모자라고, 한자말은 짤막하고 또렷한데 토박이말은 늘어지고 너절하다고 한다. 그런 소리가 얼마나 믿을 수 없는지를 보이는 말 하나를 들어보자.

‘산’이 그런 보기다. 얼마나 많이 쓰는 말이며 얼마나 짤막하고 또렷한가! 이것을 끌어 쓰기까지는 토박이 이름씨가 없었고, 이것이 들어와 우리 이름씨 낱말이 늘었을까? 사실은 거꾸로다. ‘산’ 하나가 토박이말 셋을 잡아먹었고, 그렇게 먹힌 토박이말은 모두 ‘산’처럼 짤막하고 또렷하였다. ‘뫼’와 ‘갓’과 ‘재’가 모두 ‘산’한테 자리를 내준 말들이다.

‘갓’은 집을 짓거나 연장을 만들거나 보를 막을 적에 쓰려고 일부러 가꾸는 ‘뫼’다. ‘갓’은 나무를 써야 할 때가 아니면 아무도 손을 못 대도록 오가면서 늘 지킨다. 멀리 떨어져 있으면 일부러 ‘갓지기’를 세워 지키도록 한다. 도회 사람들은 ‘갓’을 자주 보지 못하니까 머리에 쓰는 ‘갓’과 헷갈려서 ‘묏갓’이라 하다가 ‘멧갓’으로 사전에 올랐다.

‘재’는 마을 뒤를 둘러 감싸는 ‘뫼’다. 마을을 둘러 감싸고 있기에 오르내리고 넘나들며 길도 내고 밭도 만들어 삶터로 삼는다. 난리라도 나면 사람들은 모두 ‘잿마루’로 올라 세상을 내려다보며 마을을 지키고 살 길을 찾는다. ‘뫼’는 ‘갓’과 ‘재’를 싸잡고 그보다 높고 커다란 것까지 뜻한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4776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1257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6387
3368 피동형을 즐기라 風文 2023.11.11 1029
3367 성적이 수치스럽다고? 風文 2023.11.10 1254
3366 이중피동의 쓸모 風文 2023.11.10 966
3365 산막이 옛길 風文 2023.11.09 913
3364 왕의 화병 風文 2023.11.09 1093
3363 ‘내 부인’이 돼 달라고? 風文 2023.11.01 918
3362 ‘괴담’ 되돌려주기 風文 2023.11.01 1321
3361 배운 게 도둑질 / 부정문의 논리 風文 2023.10.18 1235
3360 ‘걸다’, 약속하는 말 / ‘존버’와 신문 風文 2023.10.13 1322
3359 모호하다 / 금쪽이 風文 2023.10.11 1036
3358 말의 적 / 화무십일홍 風文 2023.10.09 1148
3357 금새 / 금세 風文 2023.10.08 1026
3356 아니오 / 아니요 風文 2023.10.08 1140
3355 웰다잉 -> 품위사 風文 2023.09.02 1278
3354 지긋이/지그시 風文 2023.09.02 1202
3353 '붓'의 어원 風文 2023.08.18 1433
3352 참고와 참조 風文 2023.07.09 1414
3351 ‘쫓다’와 ‘쫒다’ 風文 2023.07.01 1816
3350 왠지/웬일, 어떻게/어떡해 風文 2023.06.30 1099
3349 존맛 風文 2023.06.28 1348
3348 사투리 쓰는 왕자 / 얽히고설키다 風文 2023.06.27 1230
3347 우리나라 風文 2023.06.21 135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