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7.12.23 07:53

누다와 싸다

조회 수 7912 추천 수 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누다와 싸다

며칠 들이께 스펀지라는 티브이 방송에서 재미나는 구경을 했다. 돼지 다섯 마리를 새 우리에 넣고 똥오줌과 잠자리를 가릴지 못 가릴지 다섯 사람이 한 마리씩 맡아서 밤중까지 지켜보았다. 한 놈이 구석에다 오줌을 누자 다른 놈들이 모두 똥이나 오줌이나 그 구석에만 가서 잘 가려 누었다. 그런데 지켜보는 사람들은 돼지가 오줌이나 똥을 눌 때마다 한결같이 ‘쌌습니다!’ ‘쌌습니다!’ 했다. 박문희 선생이 유치원 아이들과 살면서 겪은 그대로였다.

“‘똥 오줌을 눈다’와 ‘똥 오줌을 싼다’를 가려 쓰지 않고 그냥 ‘싼다’로 써 버립니다. ‘똥 오줌을 눈다’는 말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변기에 눈 건지 바지에 싼 건지를 가려 쓰지 않으니 가려 듣지 못합니다. 이러니 생활이 이만 저만 불편한 게 아닙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분명히 ‘똥을 눈다. 똥을 싼다’는 말을 가려 써 왔습니다.”(박문희, ‘우리말 우리얼’ 46호)

‘누다’와 ‘싸다’는 다스림으로 가려진다. ‘누다’는 똥이든 오줌이든 스스로 잘 다스려서 내보내는 것이고, ‘싸다’는 스스로 다스리지 못하고 내보내는 것이다. 그것은 사람에게나 짐승에게나 마찬가지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어려서 철이 들지 않은 적에는 ‘싸고’, 자라서 철이 들면 ‘눈다.’ 철이 든 뒤에도 몸에 탈이 나면 사람이나 짐승이나 스스로 다스려 ‘누’지 못하는 수가 생기고, 그러면 ‘싸’는 수밖에 없다. 한편, 짐승의 삶이 사람과 달라서 저들은 잘 다스려 ‘누’지만 사람의 눈에 ‘싸’는 것으로 보일 수는 있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61714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8367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23178
1236 진고개와 긴고개 바람의종 2008.03.20 7736
1235 강추위 바람의종 2009.12.18 7736
1234 성대묘사 바람의종 2011.12.05 7733
1233 술이홀과 파주 바람의종 2008.04.22 7727
1232 사사, 사숙 바람의종 2008.12.08 7727
1231 발강이 바람의종 2009.08.01 7725
1230 다람쥐 file 바람의종 2009.08.02 7720
1229 밑과 아래 바람의종 2008.03.01 7717
1228 참나리 바람의종 2008.06.16 7716
1227 아시저녁·아시잠 바람의종 2008.01.31 7715
1226 혈혈단신 바람의종 2007.12.24 7715
1225 ‘오빠 부대’ 바람의종 2008.01.07 7714
1224 샌드위치 바람의종 2008.02.15 7714
1223 바늘방석 風磬 2006.11.26 7712
1222 울과 담 바람의종 2008.01.12 7703
1221 올미동이 바람의종 2008.11.11 7703
1220 톨마 file 바람의종 2009.09.21 7701
1219 죽으깨미 바람의종 2009.05.04 7700
1218 잊혀진(?) 계절 바람의종 2008.05.27 7699
1217 번지르한, 푸르른 바람의종 2009.03.24 7698
1216 할증료 바람의종 2007.10.26 7696
1215 '식해(食)'와 '식혜(食醯)' 바람의종 2009.02.22 769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94 95 96 97 98 99 100 101 102 103 104 105 106 107 108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