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다와 싸다
며칠 들이께 스펀지라는 티브이 방송에서 재미나는 구경을 했다. 돼지 다섯 마리를 새 우리에 넣고 똥오줌과 잠자리를 가릴지 못 가릴지 다섯 사람이 한 마리씩 맡아서 밤중까지 지켜보았다. 한 놈이 구석에다 오줌을 누자 다른 놈들이 모두 똥이나 오줌이나 그 구석에만 가서 잘 가려 누었다. 그런데 지켜보는 사람들은 돼지가 오줌이나 똥을 눌 때마다 한결같이 ‘쌌습니다!’ ‘쌌습니다!’ 했다. 박문희 선생이 유치원 아이들과 살면서 겪은 그대로였다.
“‘똥 오줌을 눈다’와 ‘똥 오줌을 싼다’를 가려 쓰지 않고 그냥 ‘싼다’로 써 버립니다. ‘똥 오줌을 눈다’는 말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변기에 눈 건지 바지에 싼 건지를 가려 쓰지 않으니 가려 듣지 못합니다. 이러니 생활이 이만 저만 불편한 게 아닙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분명히 ‘똥을 눈다. 똥을 싼다’는 말을 가려 써 왔습니다.”(박문희, ‘우리말 우리얼’ 46호)
‘누다’와 ‘싸다’는 다스림으로 가려진다. ‘누다’는 똥이든 오줌이든 스스로 잘 다스려서 내보내는 것이고, ‘싸다’는 스스로 다스리지 못하고 내보내는 것이다. 그것은 사람에게나 짐승에게나 마찬가지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어려서 철이 들지 않은 적에는 ‘싸고’, 자라서 철이 들면 ‘눈다.’ 철이 든 뒤에도 몸에 탈이 나면 사람이나 짐승이나 스스로 다스려 ‘누’지 못하는 수가 생기고, 그러면 ‘싸’는 수밖에 없다. 한편, 짐승의 삶이 사람과 달라서 저들은 잘 다스려 ‘누’지만 사람의 눈에 ‘싸’는 것으로 보일 수는 있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61714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208367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223178 |
1236 | 진고개와 긴고개 | 바람의종 | 2008.03.20 | 7736 |
1235 | 강추위 | 바람의종 | 2009.12.18 | 7736 |
1234 | 성대묘사 | 바람의종 | 2011.12.05 | 7733 |
1233 | 술이홀과 파주 | 바람의종 | 2008.04.22 | 7727 |
1232 | 사사, 사숙 | 바람의종 | 2008.12.08 | 7727 |
1231 | 발강이 | 바람의종 | 2009.08.01 | 7725 |
1230 | 다람쥐 | 바람의종 | 2009.08.02 | 7720 |
1229 | 밑과 아래 | 바람의종 | 2008.03.01 | 7717 |
1228 | 참나리 | 바람의종 | 2008.06.16 | 7716 |
1227 | 아시저녁·아시잠 | 바람의종 | 2008.01.31 | 7715 |
1226 | 혈혈단신 | 바람의종 | 2007.12.24 | 7715 |
1225 | ‘오빠 부대’ | 바람의종 | 2008.01.07 | 7714 |
1224 | 샌드위치 | 바람의종 | 2008.02.15 | 7714 |
1223 | 바늘방석 | 風磬 | 2006.11.26 | 7712 |
1222 | 울과 담 | 바람의종 | 2008.01.12 | 7703 |
1221 | 올미동이 | 바람의종 | 2008.11.11 | 7703 |
1220 | 톨마 | 바람의종 | 2009.09.21 | 7701 |
1219 | 죽으깨미 | 바람의종 | 2009.05.04 | 7700 |
1218 | 잊혀진(?) 계절 | 바람의종 | 2008.05.27 | 7699 |
1217 | 번지르한, 푸르른 | 바람의종 | 2009.03.24 | 7698 |
1216 | 할증료 | 바람의종 | 2007.10.26 | 7696 |
1215 | '식해(食)'와 '식혜(食醯)' | 바람의종 | 2009.02.22 | 769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