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7.12.22 10:20

주머니차

조회 수 7495 추천 수 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주머니차

신문을 읽다가 ‘뽕잎 주머니차’라는 표현에 눈길이 갔다. ‘주머니차’라는 말을 처음 쓴다는 것을 의식해서인지 ‘주머니차’(tea bag)와 같이 영어 표현을 친절하게 밝혀 주었다. 순우리말 표현을 보고 반가워하다가 ‘티백’을 그대로 번역하면 ‘차주머니’인데 왜 앞뒤를 바꿔 ‘주머니차’라고 했는지 궁금했다.

생각해 보니 ‘차주머니’는 ‘티백’보다 의미 영역이 넓다. “차주머니를 만들어 장롱 속에 매달아 놓으면 냄새 제거와 방충 효과를 함께 볼 수 있다”, “차 도구에는 차주머니, 다기 바구니, 수저 등이 있다” 등에 나오는 ‘차주머니’가 종이나 천으로 만들어 차를 넣어 두는 주머니이기는 하지만 모든 ‘차주머니’에 ‘티백’처럼 1인분씩 차를 나누어 넣는 것은 아니다. ‘주머니차’라면 ‘차주머니’와 구분해서 ‘1인분의 차를 넣은 주머니’란 뜻으로 쓸만하겠다. ‘티백’이라는 외래어보다는 이왕이면 쉬운 우리말 ‘주머니차’를 살려 쓰는 것도 좋겠다.

물건이나 개념을 새로 들여올 때 말도 함께 들어온다. 그래서 외래어가 하나 늘어나기도 하고 그에 맞는 우리말을 만들어 쓰기도 한다. ‘베이스볼’을 야구로, ‘바스켓볼’을 농구로 바꾸듯 풀밭에서 친다는 의미를 살려 골프(golf)를 ‘초구’(草球)로 바꾸자는 의견이 나왔다가 “타자가 초구(初球)를 쳤습니다”처럼 쓰이는 ‘초구’와 겹쳐 실현되지 못했다는 얘기가 있다. 억지스럽지 않고 원래 쓰던 다른 말과도 겹치지 않는 쉬운 우리말 표현을 만들어 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김한샘/국립국어원 연구사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2531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9084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4048
92 ~ ㄴ걸 / ~ ㄹ 걸 바람의종 2008.12.11 10280
91 [re] 시치미를 떼다 file 바람의종 2010.11.17 13067
90 X세대 바람의종 2008.02.20 8466
89 X-mas 바람의종 2011.12.26 13474
88 CCTV 윤안젤로 2013.05.13 28121
87 8월의 크리스마스 / 땅꺼짐 風文 2020.06.06 1560
86 4·3과 제주어, 허버허버 風文 2022.09.15 1536
85 3인칭은 없다, 문자와 일본정신 風文 2022.07.21 1290
84 24시 / 지지지난 風文 2020.05.16 1209
83 1일1농 합시다, 말과 유학생 風文 2022.09.20 1156
82 1도 없다, 황교안의 거짓말? 風文 2022.07.17 1404
81 12바늘을 꿰맸다 바람의종 2010.12.19 12884
80 1.25배속 듣기에 사라진 것들 風文 2023.04.18 1413
79 -화하다, -화되다 바람의종 2009.08.07 9533
78 -지기 바람의종 2012.05.30 11379
77 -씩 바람의종 2010.01.23 9347
76 -시- ① / -시- ② 風文 2020.06.21 1756
75 -스럽다 바람의종 2010.08.14 9063
74 -분, 카울 風文 2020.05.14 1625
73 -가량(假量) 바람의종 2010.06.20 10441
72 (밤)참 風磬 2006.11.30 6309
71 (뒷)바라지 風磬 2006.11.16 708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