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7.12.15 03:05

옮김과 뒤침

조회 수 8097 추천 수 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옮김과 뒤침

남의 글을 우리말로 바꾸는 일을 요즘 흔히 ‘옮김’이라 한다. 조선 시대에는 ‘언해’ 또는 ‘번역’이라 했다. 아직도 ‘번역’ 또는 ‘역’이라 적는 사람이 있는데, 일본 사람들이 그렇게 쓰니까 본뜨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언해’든 ‘번역’이든 ‘역’이든 이것들은 모두 우리말이 아니지만 ‘옮김’은 우리말이라 훨씬 낫다고 본다. 그러나 ‘옮김’은 무엇을 있는 자리에서 다른 자리로 자리바꿈하는 것이다. 거기서 ‘발걸음을 옮기다’, ‘직장을 옮기다’, ‘말을 옮기다’, ‘모종을 옮기다’, ‘눈길을 옮기다’, ‘실천에 옮기다’ 같은 데로 뜻이 넓혀지지만 언제나 무엇을 ‘있는 그대로’ 자리바꿈하는 뜻으로만 써야 한다.

남의 글을 우리말로 바꾸는 것을 우리는 ‘뒤침’이라 했다. 글말로는 ‘언해·번역’이라 썼지만 입말로는 ‘뒤침’이었다고 본다. ‘뒤치다’를 국어사전에는 “자빠진 것을 엎어놓거나, 엎어진 것을 젖혀놓다” 했으나 그것은 본디 뜻이고, 그런 본디 뜻에서 “하나의 말을 또 다른 말로 바꾸어놓는 것”으로 넓혀졌다. 어릴 적에 나는 서당 선생님이 “어디 한 번 읽어 봐” 하시고, 또 “그럼 어디 뒤쳐 봐” 하시는 말씀을 늘 들었다. ‘뒤쳐 보라’는 말씀은 가끔 ‘새겨 보라’고도 하셨는데, ‘새기라’는 말씀은 속살을 알아들을 만하게 풀이하라는 쪽으로 기울어져 ‘뒤치라’는 것과 조금은 뜻이 달랐다. 어린 시절 나는 ‘읽다’와 더불어 ‘뒤치다’, ‘새기다’, ‘풀이하다’ 같은 낱말을 서로 다른 뜻으로 쓰면서 자랐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9599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6120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1124
1390 맞히다와 맞추다 바람의종 2010.02.06 10708
1389 건달 바람의종 2010.02.06 7273
1388 쓰이다, 쓰여, 씐 바람의종 2010.02.06 8258
1387 비싼 돈, 싼 돈 바람의종 2010.02.06 7497
1386 ‘그러지 좀 마라’ 바람의종 2010.02.07 7767
1385 가파르다의 활용 바람의종 2010.02.07 8516
1384 시체,사체,송장,주검,시신 바람의종 2010.02.07 11272
1383 새의 꼬리 바람의종 2010.02.07 8434
1382 여운을 남기다 바람의종 2010.02.07 10567
1381 백지 와 그라노! 바람의종 2010.02.08 7181
1380 북녘의 속담 바람의종 2010.02.08 8440
1379 좇다와 쫓다 바람의종 2010.02.08 9163
1378 어떡해,어떻게 바람의종 2010.02.08 9401
1377 박스오피스 바람의종 2010.02.08 8566
1376 나름껏, 나름대로 바람의종 2010.02.08 8166
1375 파고다 바람의종 2010.02.09 11679
1374 접미사 ‘-짜리’ 바람의종 2010.02.09 9348
1373 관형사 바람의종 2010.02.09 10463
1372 학을 떼다, 염병, 지랄 바람의종 2010.02.09 19070
1371 꽁수, 꼼수, 뽀록나다 바람의종 2010.02.09 9746
1370 치르다·치루다 바람의종 2010.02.12 13087
1369 근낭 가디! file 바람의종 2010.02.12 773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87 88 89 90 91 92 93 94 95 96 97 98 99 100 101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