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7.12.12 05:45

우리와 저희

조회 수 8469 추천 수 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우리와 저희

‘우리’라는 낱말은 ‘나’를 싸잡아 여러 사람을 뜻하는 대이름씨다. 거기 여러 사람에는 ‘듣는 사람’이 싸잡힐 수도 있고 빠질 수도 있다. 이런 대이름씨는 다른 겨레들이 두루 쓰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우리’의 쓰임새가 남다른 것은 매김씨로 쓰일 때다. 매김씨라도 우리 마을, 우리 회사, 우리 어머니, 우리 아기 … 이런 것이면 남다를 것이 없다. 외동도 서슴없이 ‘우리 아버지’ ‘우리 어머니’라 하고, 마침내 ‘우리 아내’ ‘우리 남편’에 이르면 이것이야말로 남다르다. 그래서 그건 잘못 쓴 것이고 틀린 말이라고 하는 사람까지 있다. 그러나 매김씨 ‘우리’는 ‘나’를 싸잡은 여러 사람을 뜻하지도 않고, 듣는 사람을 싸잡지도 않고, 다만 나와 대상이 서로 떨어질 수 없이 하나를 이루는 깊은 사이임을 드러낼 뿐이다. 이것은 이 땅에서 뿌리 깊게 얽혀 살아온 우리 겨레의 자랑스러운 삶에서 빚어진 남다른 쓰임새다.

이런 ‘우리’의 낮춤말이 ‘저희’다. 그런데 ‘저희’를 쓰려면 마음을 써야 한다. 나를 낮추면 저절로 나와 함께 싸잡힌 ‘우리’ 모두가 낮추어지기 때문이다. 일테면, ‘저희 회사’라고 하려면 우선 말하는 사람이 회사에서 가장 손윗사람이라야 한다. 게다가 듣는 사람도 말하는 사람보다 더 손윗사람이라야 한다. 그러니 ‘저희 회사’ 같은 말도 쓸 사람과 쓸 자리가 아주 적다. 요즘 배웠다는 이들이 더러 ‘저희 나라’라고 하는데, 어처구니없는 소리다. 이런 말은 그 누구도, 그 누구에게도 쓸 자리가 없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2999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9567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4524
70 산막이 옛길 風文 2023.11.09 1170
69 몰래 요동치는 말 風文 2023.11.22 1168
68 언어와 인권 風文 2021.10.28 1166
67 뒷담화 보도, 교각살우 風文 2022.06.27 1165
66 말과 서열, 세대차와 언어감각 風文 2022.06.21 1163
65 올해엔 저지른다, ‘죄송하지만’ 風文 2022.08.04 1161
64 고양이 살해, 최순실의 옥중수기 風文 2022.08.18 1158
63 외교관과 외국어, 백두산 전설 風文 2022.06.23 1157
62 말과 공감 능력 風文 2022.01.26 1155
61 짧아져도 완벽해, “999 대 1” 風文 2022.08.27 1148
60 이중피동의 쓸모 風文 2023.11.10 1143
59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선한 기업이 성공한다 風文 2021.10.31 1139
58 권력의 용어 風文 2022.02.10 1139
57 댕댕이, 코로나는 여성? 風文 2022.10.07 1138
56 올바른 명칭 風文 2022.01.09 1136
55 사과의 법칙, ‘5·18’이라는 말 風文 2022.08.16 1133
54 댄싱 나인 시즌 스리 風文 2023.04.21 1133
53 안녕히, ‘~고 말했다’ 風文 2022.10.11 1127
52 왜 벌써 절망합니까 - 4. 자네 복싱 좋아하나? 風文 2022.02.10 1115
51 편견의 어휘 風文 2021.09.15 1114
50 여보세요? 風文 2023.12.22 1112
49 영어 절대평가 風文 2022.05.17 111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151 152 153 154 155 156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