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07.12.12 05:45

우리와 저희

조회 수 8495 추천 수 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우리와 저희

‘우리’라는 낱말은 ‘나’를 싸잡아 여러 사람을 뜻하는 대이름씨다. 거기 여러 사람에는 ‘듣는 사람’이 싸잡힐 수도 있고 빠질 수도 있다. 이런 대이름씨는 다른 겨레들이 두루 쓰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우리’의 쓰임새가 남다른 것은 매김씨로 쓰일 때다. 매김씨라도 우리 마을, 우리 회사, 우리 어머니, 우리 아기 … 이런 것이면 남다를 것이 없다. 외동도 서슴없이 ‘우리 아버지’ ‘우리 어머니’라 하고, 마침내 ‘우리 아내’ ‘우리 남편’에 이르면 이것이야말로 남다르다. 그래서 그건 잘못 쓴 것이고 틀린 말이라고 하는 사람까지 있다. 그러나 매김씨 ‘우리’는 ‘나’를 싸잡은 여러 사람을 뜻하지도 않고, 듣는 사람을 싸잡지도 않고, 다만 나와 대상이 서로 떨어질 수 없이 하나를 이루는 깊은 사이임을 드러낼 뿐이다. 이것은 이 땅에서 뿌리 깊게 얽혀 살아온 우리 겨레의 자랑스러운 삶에서 빚어진 남다른 쓰임새다.

이런 ‘우리’의 낮춤말이 ‘저희’다. 그런데 ‘저희’를 쓰려면 마음을 써야 한다. 나를 낮추면 저절로 나와 함께 싸잡힌 ‘우리’ 모두가 낮추어지기 때문이다. 일테면, ‘저희 회사’라고 하려면 우선 말하는 사람이 회사에서 가장 손윗사람이라야 한다. 게다가 듣는 사람도 말하는 사람보다 더 손윗사람이라야 한다. 그러니 ‘저희 회사’ 같은 말도 쓸 사람과 쓸 자리가 아주 적다. 요즘 배웠다는 이들이 더러 ‘저희 나라’라고 하는데, 어처구니없는 소리다. 이런 말은 그 누구도, 그 누구에게도 쓸 자리가 없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54552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201212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16103
1896 그리고 나서와 그러고 나서 바람의종 2010.02.23 8321
1895 야단벼락/혼벼락 바람의종 2007.11.04 8322
1894 공멸 바람의종 2009.07.22 8322
1893 마름질 바람의종 2009.07.25 8324
1892 우연찮게 바람의종 2010.04.26 8325
1891 겨울 바람의종 2008.01.07 8327
1890 갯벌, 개펄 바람의종 2008.10.17 8330
1889 간지 바람의종 2009.03.03 8331
1888 생각 뒤 바람의종 2009.08.05 8338
1887 뽑다와 캐다 바람의종 2008.01.26 8339
1886 ~는가 알아보다 바람의종 2009.09.27 8340
1885 수렴 청정 바람의종 2007.12.13 8353
1884 마누라 風磬 2006.11.26 8360
1883 술과 음식 바람의종 2010.02.15 8367
1882 현수막, 횡단막 바람의종 2008.08.08 8370
1881 조사됐다 바람의종 2010.04.25 8380
1880 일본식 용어 - 가 바람의종 2008.03.01 8383
1879 쿠테타, 앰플, 바리케이트, 카바이드 바람의종 2009.06.11 8385
1878 커브길 바람의종 2010.01.19 8388
1877 필요한 사람?/최인호 바람의종 2007.04.28 8388
1876 숟가락, 젓가락 바람의종 2008.07.21 8388
1875 오스트로네시아 말겨레 바람의종 2008.02.22 839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4 65 66 67 68 69 70 71 72 73 74 75 76 77 78 ... 157 Next
/ 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