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율
고장말들이 서로 차이를 보이는 게 여럿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울림과 높낮이, 그리고 길고 짧음’이다. 이 요소가 지역마다 달라서 경상 방언에는 음의 높낮이가 뚜렷하고, 전라와 충청 방언에는 길고 짧음(장단)이 두드러진다. 시인이나 작가들은 지역 언어에서 익힌 이 고유한 운율로 저마다 고향의 정서를 표현한다.
시인 박목월은 〈사투리〉란 작품에서 “우리 고장에서는 오빠를 오라베라고 했다. 그 무뚝뚝하고 왁살스러운 악센트로 오오라베 부르면 나는 앞이 칵 막히도록 좋았다”라며 자신의 고장말을 통해 경상도 사람들의 정감과 심성, 그리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형상화하고 있다.
미당 서정주는 시 〈화사〉에서 “사향 박하의 뒤안길이다. 아름다운 베암…을마나 크다란 슬픔으로 태여났기에, 저리도 징그라운 몸둥아리냐”라고 표현하면서 장음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는 정서적 현장감과 사실성을 나타내고자 쓰이고, 또한 운율과 관련되어 부드럽고 유연함을 더하고 있다.
김영랑의 시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에서는 “오매 단풍들것네”라는 전라 방언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운율적인 효과를 잘 살리고 있다. 감탄사 ‘오매’를 ‘오오매, 오오오매’와 같이 음절을 늘리면서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고 있다.
이처럼 시인들은 갖가지 비유뿐만 아니라 ‘오오라베, 베암, 오오오매’와 같은 고장말의 독특한 운율을 잘 활용하는 선수들이기도 하다.
이태영/전북대 교수·국어학
***** 윤영환님에 의해서 게시물 카테고리변경되었습니다 (2008-10-14 00:05)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6 | 62530 |
공지 |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 바람의종 | 2007.02.18 | 209165 |
공지 |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 風磬 | 2006.09.09 | 223912 |
3040 | 피로연 | 바람의종 | 2010.07.09 | 13217 |
3039 | 장마비, 장맛비 / 해님, 햇님 | 바람의종 | 2009.02.22 | 13216 |
3038 | 히로뽕 | 바람의종 | 2008.02.20 | 13198 |
3037 | 양해의 말씀 / 기라성 | 바람의종 | 2010.03.23 | 13193 |
3036 | 교환 / 교체 | 바람의종 | 2010.10.04 | 13173 |
3035 | 애끊다와 애끓다 | 바람의종 | 2010.03.15 | 13164 |
3034 | [re] 시치미를 떼다 | 바람의종 | 2010.11.17 | 13164 |
3033 | 치르다·치루다 | 바람의종 | 2010.02.12 | 13157 |
3032 | ~대, ~데 | 바람의종 | 2011.12.04 | 13148 |
3031 | 있사오니 / 있아오니 | 바람의종 | 2011.11.30 | 13145 |
3030 | 다대기, 닭도리탕 | 바람의종 | 2012.07.06 | 13143 |
3029 | 고주망태 | 바람의종 | 2010.03.30 | 13142 |
3028 | 언어의 가짓수 | 바람의종 | 2007.09.26 | 13089 |
3027 | 파스 | 바람의종 | 2009.05.01 | 13069 |
3026 | ‘물멀기’와 ‘싸다’ | 바람의종 | 2010.05.17 | 13056 |
3025 | 딴따라 | 바람의종 | 2010.08.25 | 13049 |
3024 | 박차를 가하다 | 바람의종 | 2008.01.10 | 13029 |
3023 | 할 일 없이 / 하릴없이 | 바람의종 | 2010.08.03 | 13028 |
3022 | 스스럼없다 | 風磬 | 2007.01.19 | 13012 |
3021 | 눈꼬리 | 바람의종 | 2009.12.23 | 13003 |
3020 | 쥐뿔도 모른다 | 바람의종 | 2008.01.29 | 12995 |
3019 | 국물, 멀국 / 건더기, 건데기 | 바람의종 | 2009.02.20 | 1298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