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5515 추천 수 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뛰다’와 ‘달리다’

광복 뒤로 얼마 동안은 초등학교 운동회 때면 “달려라! 달려라! 우리 백군 달려라!” 하는 응원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다가 육이오 동란을 지나고 언제부터인가 그것이 “뛰어라! 뛰어라! 우리 백군 뛰어라!” 하는 소리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요즘은 온 나라 젊은이가 너나없이 ‘뛰다’와 ‘달리다’를 올바로 가려 쓰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고, 아예 두 낱말의 뜻이 본디 어떻게 다른지도 모르게 되어 버렸다.

그나마 다행스런 일은 국어사전들이 이들 두 낱말의 본디 뜻을 그런대로 밝혀 놓았다는 사실이다. ‘뛰다’는 “있던 자리로부터 몸을 높이 솟구쳐 오르다” 또는 “몸이 솟구쳐 오르다”, ‘달리다’는 “‘닫다’의 사동사” “달음질쳐 빨리 가거나 오다” 또는 “빨리 가게 하다” “뛰어서 가다” 이렇게 풀이해 놓았다. 두 낱말의 뜻이 헷갈릴 수 없을 만큼 다르다는 것은 짐작할 만하다. 하지만 국어사전에서도 ‘달리다’를 “뛰어가다” 또는 “뛰어서 가다”라고 풀이해서 ‘달리다’와 ‘뛰다’가 서로 헷갈릴 빌미를 두었다.

‘뛰다’는 본디 “제 자리에서 몸을 솟구쳐 오르는 것”이고, ‘달리다’는 본디 “빠르게 앞으로 나가는 것”이라고 하면 또렷하고 올바르다. 하지만 이런 본디 뜻을 올바로 가린다 해도 쓰임새에서는 조심스레 가늠할 일이 없지 않다. ‘뛰다’는 ‘뛰어 오다’와 ‘뛰어 가다’ 또는 ‘뜀박질’ 같은 쓰임새가 있어서 ‘달리다’ 쪽으로 자꾸 다가오기 때문이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 목록 바람의종 2006.09.16 46035
공지 새 한글 맞춤법 표준어 일람표 file 바람의종 2007.02.18 192576
공지 간추린 국어사 연대표 風磬 2006.09.09 207637
3260 다만, 다만, 다만, 뒷담화 風文 2022.09.07 1112
3259 시간에 쫓기다, 차별금지법과 말 風文 2022.09.05 1051
3258 일타강사, ‘일’의 의미 風文 2022.09.04 1301
3257 국가 사전 폐기론, 고유한 일반명사 風文 2022.09.03 1336
3256 생각보다, 효녀 노릇 風文 2022.09.02 1131
3255 온실과 야생, 학교, 의미의 반사 風文 2022.09.01 1021
3254 잃어버린 말 찾기, ‘영끌’과 ‘갈아넣다’ 風文 2022.08.30 990
3253 국어와 국립국어원 / 왜 風文 2022.08.29 1064
3252 말의 바깥, 말의 아나키즘 風文 2022.08.28 1112
3251 짧아져도 완벽해, “999 대 1” 風文 2022.08.27 976
3250 뒤죽박죽, 말썽꾼, 턱스크 風文 2022.08.23 1066
3249 국물도 없다, 그림책 읽어 주자 風文 2022.08.22 1024
3248 ‘사흘’ 사태, 그래서 어쩌라고 風文 2022.08.21 1366
3247 계집과 여자, 끝 風文 2022.08.20 1559
3246 한글의 역설, 말을 고치려면 風文 2022.08.19 1150
3245 고양이 살해, 최순실의 옥중수기 風文 2022.08.18 957
3244 인기척, 허하다 風文 2022.08.17 1374
3243 사과의 법칙, ‘5·18’이라는 말 風文 2022.08.16 999
3242 불교, 경계를 넘다, 동서남북 風文 2022.08.15 932
3241 뉴 노멀, 막말을 위한 변명 風文 2022.08.14 1209
3240 인쇄된 기억, 하루아침에 風文 2022.08.12 1262
3239 이단, 공교롭다 風文 2022.08.07 118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 157 Next
/ 157